사상 최고치. 코스피가 그 문턱을 넘었다. 기쁨이 채 가시기 전에 6월 첫째 주가 열린다. 반도체 기대감이 시장을 끌어올리는 사이, 물가·환율·금리는 발목을 잡는다. 여기에 4년마다 돌아오는 선거까지 겹쳤다. 이번 주는 기대와 부담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한 주다.
6월 3일 지방선거, 시장은 쉬고 부동산은 움직인다
수요일, 전국이 투표소로 향한다.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전국 17개 광역단체장과 226개 기초단체장, 광역·기초 의원을 선출한다. 선거일은 공휴일로 지정됐고, 한국거래소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코스닥·채권·파생상품시장 전체를 휴장한다. 투자자들은 화요일 장 마감 후 목요일 개장 때까지 하루동안 시장을 떠나 있어야 한다.
선거 자체가 증시를 움직이지는 않는다. 2000년 이후 6차례 지방선거를 분석한 결과, 코스피는 선거 전 20거래일 평균 1.74% 하락했고 선거 직후 20거래일도 평균 3.76% 빠졌다. 지방선거는 주요 선거 가운데 유일하게 선거 전 주가 상승 효과가 없었다. 시장보다 중요한 건 선거 이후 정책이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재건축·재개발이 핵심 전선으로 떠올랐다. 여야 후보 모두 민간 정비사업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정비사업 절차 간소화에 방점을 뒀고, 정 후보는 평균 15년 걸리는 재개발·재건축 기간을 10년 이내로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누가 당선되든 정비사업 속도는 빨라진다. 시장이 주목하는 것도 그 지점이다.
민주당은 선거 직전 중앙당 공약집에 “공공성 강화 원칙 아래 민간 재개발·재건축 절차 및 용적률·건폐율 완화를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런데 이는 기존 당론과 정반대다. 민주당은 지난 2월 민간 정비사업을 제외하고 공공 정비사업에만 용적률 혜택을 주는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책과 공약 사이 간극이 넓다. 선거 결과에 따라 부동산 정책 방향이 어떻게 수렴할지, 이번 주 후반부터 가늠해야 한다.
수출·물가 동시 발표, 증시 방향타를 잡아라
월요일 아침, 한국 5월 수출입 지표가 나온다. 반도체 수출 회복세가 이어지는지 확인하는 자리다. 최근 반도체 업종은 코스피 상승의 엔진이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뿐 아니라 장비·소부장(소재·부품·장비)·전력·냉각 관련 기업으로까지 기대감이 번지는 구조다. 수출 데이터가 반도체 중심 회복을 재확인해주면 시장은 탄력을 받는다. 반대로 기대치를 밑돌면 차익실현 압력이 커진다.
소비자물가 발표는 다른 차원의 무게감을 가진다. 4월 상승률은 전년 대비 2.6%였다. 석유류 가격이 전체 물가를 끌어올린 결과였다. 5월에도 국제유가와 환율 부담은 여전하다. 물가가 3%를 넘으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기대는 약해지고, 정부의 민생물가 대응 강도는 높아진다. 물가가 예상보다 안정되면 증시엔 안도 재료가 된다. 3%가 기준선이다.
원·달러 환율은 1500원 안팎에서 출렁이고 있다. 수출 기업에겐 일부 긍정적이지만, 원유·원자재·중간재를 수입하는 기업엔 비용 부담이다. 항공·식품·화학·유통은 환율과 유가를 동시에 봐야 하는 업종이다.
컴퓨텍스·고용보고서, AI 투자 사이클 확인하는 주
대만 컴퓨텍스 2026이 이번 주 열린다. 컴퓨텍스는 세계 최대 IT·전자 박람회다. AI 칩·AI PC·데이터센터 인프라가 이번 행사의 핵심이다. 엔비디아 관련 행사와 브로드컴 실적도 예정돼 있다. 수요가 기대에서 현실로 넘어오는지 확인하는 자리다.
주 후반엔 미국 5월 비농업고용보고서가 나온다. 시장 전망은 신규 고용 10만 명, 실업률 4.3%다. 고용이 이 범위를 크게 벗어나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흔들린다. 너무 강하면 금리 인하 지연 우려로 달러 강세·증시 조정이 온다. 너무 약하면 경기 둔화 경보가 울린다. 시장이 원하는 건 ‘적당히 둔화된 고용’이다. 그 균형점을 찾는 한 주다.
이 밖에 OECD 세계경제전망 발표가 예정돼 있다. OECD가 한국 성장률 전망을 올리느냐 내리느냐에 따라 외국인 수급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
현대차 사용자성 판단·포시도니아, 산업 판도 바꿀 변수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포시도니아 2026이 열린다. 2년마다 열리는 세계 최대 해운·조선 박람회다. HD현대·한화오션·삼성중공업이 참가해 LNG 운반선·친환경 선박·FLNG·자율운항 기술을 내세운 수주전을 벌인다. 조선업은 이미 수주잔고와 고부가 선박 기대가 큰 업종이다. 이번 박람회에서 수주 논의가 구체화되면 조선 기자재·해운·에너지 운송 관련 기업에도 온기가 이어진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의 현대차 원청 사용자성 판단도 주목해야 한다. 사용자성이란 원청 기업이 하청 노동자의 실질적 사용자로 인정되는 개념이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시행 이후 원청의 교섭 책임 범위가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 나오는 첫 대형 시험대다.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자동차에서 시작해 철강·건설·조선으로 파장이 번질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선 하청 구조와 노무 리스크를 다시 점검해야 하는 계기가 된다.
주요 일정표
| 날짜 | 국내 | 해외 |
|---|---|---|
| 6/1 (월) | 한국 5월 수출입 발표 | 미국 5월 ISM 제조업지수 |
| 6/2 (화) | 5월 소비자물가동향 발표, 민생물가 관계장관 TF | 미국 JOLTS 구인·이직 보고서 |
| 6/3 (수) | 전국동시지방선거·증시 휴장 | 미국 ADP 고용보고서 |
| 6/4 (목) | OECD 세계경제전망 발표, 비상경제본부회의 | 미국 ISM 서비스업지수, 연준 베이지북 |
| 6/5 (금) | 현대차 원청 사용자성 판단(울산지노위), 포시도니아 2026 개막(~6/9, 아테네) | 미국 5월 비농업고용보고서 |
| 6/6 (토) | 현충일·휴장 | 컴퓨텍스 2026(대만, ~6/6) |
주간 관전 포인트
이번 주를 관통하는 변수는 둘이다. 반도체·AI가 만드는 기대감과, 물가·환율·금리가 만드는 부담감이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찍은 직후인 만큼 작은 악재에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수요일 지방선거는 시장을 하루 멈추지만, 선거 이후 서울 부동산 정책의 방향이 어디로 수렴하는지는 하반기 내내 영향을 준다. 여야 후보 모두 재건축·재개발 속도전을 약속했다. 선거 결과와 함께 정책 실행 가능성까지 따져봐야 한다. 미국 고용보고서가 주 후반의 진짜 관문이다. 고용이 ‘적당히 둔화’되면 시장은 한숨을 돌린다. 그 좁은 범위를 넘으면 6월 증시 방향이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