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신규 주담대 30대 비중 41%
–한은 “2분기 추가 증가 가능성”
2억2939만원. 올해 1분기 주담대(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 평균액이다. 지난 분기보다 1653만원 뛰었다. 한동안 잦아드는 듯했던 가계대출이 다시 불붙었다. 엔진을 건 세대는 30대다. 전체 신규 주담대에서 30대 비중이 41.4%까지 치솟았다. 차주(대출자)당 잔액도 분기마다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경고등이 다시 켜졌다.
◇ 한 분기 만에 뒤집힌 대출 흐름=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차주별 가계부채 통계’가 기준이다. 올해 1분기 대출자 1인당 신규 가계대출 평균 취급액은 3542만원으로, 작년 4분기보다 99만원 늘었다.
반전 속도가 가파르다. 지난해 4분기에는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여파로 신규 취급액이 -409만원까지 내려앉았다. 단 한 분기 만에 방향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배경에는 수도권 외곽과 경기 지역 중저가 주택 거래 회복이 있다. 한은은 “1분기 주택 거래가 일부 회복되면서 주담대와 전세대출 취급이 늘었다”며 “서울 외곽과 경기 지역 중저가 주택 거래 증가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규제 사이클이 잠시 완화되는 틈을 타 실수요자들이 다시 시장에 진입했다는 뜻이다.
◇ 30대, 빌리는 양도·갚아야 할 빚도 최다= 연령별 신규 주담대 증가폭을 보면 30대가 압도적이다. 전 분기 대비 3457만원 증가로 전 세대 1위였다.
20대(+1811만원), 40대(+1203만원)와 비교해도 격차가 크다.전체 신규 주담대에서 30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37.1%에서 41.4%로 높아졌다. 네 건 중 두 건 가까이를 30대가 주도한 셈이다.
결과는 잔액으로 쌓였다. 30대 주담대 평균 잔액은 2억3010만원으로 전 세대 최고다. 20대(1억9819만원), 40대(1억8400만원)를 모두 웃돈다. 많이 빌리고, 가장 많이 쌓아두고 있다.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이 30대를 중심으로 재점화됐다는 신호로 읽힌다.
◇ 비은행권·수도권 쏠림, 부채 질 악화= 신호지역과 업권별 구도도 주목할 지점이다. 수도권 신규 주담대는 전 분기보다 3248만원 늘었고, 충청권도 1019만원 증가했다.
반면 강원·제주권은 1687만원, 동남권은 392만원 각각 줄었다. 대출 증가가 수도권에 집중된 것이다.업권별 변화는 더 예민하다. 은행권 신규 취급액은 234만원 줄었다.
대신 비은행권(저축은행·상호금융 등)이 317만원 늘었다. 은행 문이 좁아지자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은행권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대출 총량뿐 아니라 질도 나빠지고 있다는 신호다.
◇ 2분기도 증가 가능성…관건은 추가 규제= 한은은 2분기 전망에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주택 거래 증가에 따라 가계대출이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정부의 추가 대책 효과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차주당 가계대출 평균 잔액은 9740만원, 주담대 평균 잔액은 1억6006만원이다. 두 수치 모두 역대 최대다. 분기마다 신기록을 쓰고 있다.
관건은 정부 추가 규제 강도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대출자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 강화나 대출 총량 규제가 강해지면 증가세는 꺾일 수 있다.
반대로 수도권 주택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 실수요 압박이 대출 증가세를 계속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분기마다 신기록을 갱신하는 잔액 이면에는 “지금 사지 않으면 더 오른다”는 30대의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그 불안이 쉽게 가라앉을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