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3%대·집값 반등·고환율이 만든 만장일치
-다음 인상은 8월 연속이냐 10월 순차냐
연 2.50%. 한국은행이 지난해 5월부터 14개월째 손대지 않은 숫자다. 16일 그 숫자가 2.75%로 바뀌었다.
금융통화위원회가 0.25%포인트 올렸다. 내리는 것도, 묶어두는 것도 아닌 ‘인상’은 2023년 1월 이후 3년6개월 만이다.
그 사이 한은은 3.5%까지 올렸다가 다시 2.5%까지 내렸다. 이번 결정으로 내리막길이 끝나고, 3년6개월 만에 다시 오르막이 시작됐다. 신현송 총재 취임 후 두 번째 회의에서 위원 7명 전원이 인상에 손을 들었다.
◇ 물가·환율·집값, 세 변수가 동시에 움직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란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 3월부터 한은 목표 수준인 2.0%를 웃돌기 시작했다.
5월과 6월에는 각각 3.1%와 3.2%를 기록하며 2024년 3월 이후 처음으로 3.0%를 넘겼다.
환율도 1500원대를 넘나드는 고환율 문제가 여전한 상황이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재점화하며 위험회피 심리가 되살아난 영향이 크다.
여기에 2월 이후 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는 가계대출도 금리 인상을 서두르게 만든 요인이었다. 물가와 환율, 부동산이라는 세 변수가 동시에 한은을 압박했다.
◇ 예고된 인상, 신호는 이미 있었다
이번 인상은 갑작스럽지 않다. 신현송 총재는 지난 5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와 성장, 환율, 부동산을 언급하며 “갈 길이 비교적 명확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인상 예고였다. 이후 국회 업무보고에서도 물가 오름세와 성장세 개선, 금융안정 리스크를 근거로 적절한 시기에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재확인했다.
시장 예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8월 채권시장지표(BMSI)에서 채권시장 종사자 100명 가운데 66명이 이달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앞선 별도 조사에서는 채권 전문가 10명 전원이 인상을 전망했다.
◇ 반도체 훈풍이 긴축 부담을 덜었다
경기 둔화 우려는 통상 한은의 인상 발목을 잡는 변수다. 그런데 이번엔 오히려 명분이 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GDP는 전분기 대비 1.8% 성장했다.
2020년 3분기 이후 5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같은 기간 명목 GDP는 10.5% 늘어 1976년 1분기 이후 50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반도체·설비투자가 성장을 이끌었다. 정보통신기술(ICT) 제조업이 15.4% 증가했다. 실질 국민총소득(GNI)도 9.2% 늘어 역대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6월 수출액은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경기가 받쳐주는 만큼 한은도 금리를 올릴 여력이 커진 셈이다.
◇ 다음 관문은 8월, 아니면 10월
시장의 관심은 다음 스텝으로 옮겨간다. 이번 인상으로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1.00%포인트로 좁혀졌다.
한국은 2.75%, 미국은 3.50~3.75%다. 다만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완전한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경로를 세 갈래로 전망한다.
7월 인상 이후 물가·경기 흐름을 확인하며 추가 인상을 판단하는 경로, 7·8월 연속으로 올리는 ‘백투백’ 경로, 8~9월 물가를 확인한 뒤 10월 추가 인상에 나서는 점진적 경로다.
전망이 엇갈리는 이유는 결국 하반기 물가 흐름에 대한 시장의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금통위는 이날 통방문에서 “향후 통화정책은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는 물가상승 압력의 정도와 경기 개선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점검하면서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5%의 시대는 끝났다. 관건은 속도다. 한은이 8월에 곧바로 다시 움직일지, 가을까지 지켜볼지에 따라 대출금리와 집값, 환율의 향방이 함께 갈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