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 상반기 순익 13조…실적 이끈 건 증시

비이자이익 27.6% 급증 사상 최고…증권 계열이 견인/증시 꺾이고 이자이익 둔화 땐 하반기 흔들릴 수도

13조1183억원. 국내 5대 금융지주가 올 상반기 거둔 순이익이다. 1년 전보다 9.7% 늘어난 역대 최대 기록이다(금융권 공시 기준). 2분기만 떼어도 6조9201억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다. 숫자만 보면 은행이 또 ‘이자 장사’로 대박을 냈다고 읽기 쉽다. 하지만 기록을 뜯어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번 실적을 밀어올린 주역은 은행이 아니었다. 증시였다.

◇ 이자보다 수수료가 다섯 배 더 뛰었다

5대 지주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26조5469억원. 1년 전보다 5.3% 늘었다. 반면 비이자이익은 10조9032억원으로 27.6% 급증했다. 증가폭이 이자이익의 다섯 배다. 비이자이익은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배경엔 두 흐름이 맞물렸다. 하나는 증시다. 코스피가 한때 9000선을 넘나든 활황에 증권 수수료와 자산관리(WM·고객 자산을 굴려주고 받는 수수료 사업) 수익이 불었다.

다른 하나는 정책이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 아래 기업대출이 늘며 순이자마진(NIM·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로 보는 은행 수익성 지표)도 개선됐다. 2분기 평균 NIM은 1.85%로 0.06%포인트 올랐다.

지주별로는 KB금융이 3조8846억원으로 선두를 지켰다. 신한(3조4427억원)·하나(2조4029억원)·NH농협(1조7791억원)·우리(1조6090억원)가 뒤를 이었다.

◇ 엔진이 은행에서 증권으로 옮겨갔다

수익의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 기여도가 평균 32%까지 뛰었다.

견인차는 증권사였다. NH투자증권은 상반기 순이익 9652억원으로 1년 새 107.5% 급증했다. 지주별 비이자이익 증가율도 KB 33.3%, NH농협 47.4%, 신한 19.7%로 줄줄이 최고치를 경신했다. KB금융의 비이자이익은 처음으로 3조원을 넘었다.

쏠림은 최근 분기에 더 심해졌다. 2분기 비이자이익은 6조1429억원으로 1년 새 30.9% 뛰었다. 상반기 전체 증가율(27.6%)보다 가팔랐다.

과거 금융지주 실적은 은행 이자이익이 떠받쳤다. 이번엔 달랐다. 증권·운용 등 자본시장 부문이 실적을 끌어올렸다. 수익 구조 자체가 바뀌었다.

◇ 증권이 없으면 실적도 없었다

증시가 실적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반대편에서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증권 계열이 없거나 약한 지방 금융지주가 그렇다. BNK·JB·iM 등 지역 지주의 상반기 합산 순이익 전망치는 1조1847억원. 전년(1조1848억원)과 사실상 같았다. 은행 이자이익만으로는 성장이 멈춘 셈이다.

같은 기간 증시 특수를 누린 대형 지주는 두 자릿수 성장을 했다. 격차의 원인은 하나다. 증권을 품었느냐, 아니냐. 이번 실적은 은행의 힘이 아니라 증시의 힘으로 쌓였다는 방증이다.

◇ 사상 최대의 역설

긍정적으로 볼 여지는 있다. 수수료 중심의 비은행 확대는 자본을 덜 쓰고도 돈을 버는 구조여서, 정부·투자자가 요구해온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방향과 맞는다.

KB금융의 자기자본이익률(ROE·자본 대비 수익성)은 14.09%로 1.06%포인트 개선됐다. 장부상 착시가 아니라 실제 수익성이 나아졌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역설이 남는다. 실적이 좋아진 만큼, 실적의 ‘질(質)’은 흔들리기 쉬워졌다.

증시에 올라탄 이익은 증시가 꺾이면 함께 빠진다. 증권 수수료와 위탁매매 수익은 거래대금과 지수에 민감하다. 반면 오래 실적을 떠받쳐온 은행 이자이익은 증가세가 둔해졌다. 하반기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은행 자산 성장도 제한될 전망이다.

업계 시각도 조심스럽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비이자이익 상당 부분이 증시 활황에 기대고 있다며 “시장 환경이 바뀌면 지금 흐름이 이어질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했다.

WM·투자은행(IB) 강화라는 방향은 맞지만, 아직은 시장에 민감한 수익 비중이 커 체질 개선으로 보기엔 이르다는 평가다.

◇ 주주환원 잔치, 그다음은

금융지주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주주환원으로 돌렸다. KB금융은 올해 총 3조7000억원 환원과 하반기 7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을 내놨다. 신한금융도 총 2조8000억원 이상, 7000억원 소각을 제시했다.

하나금융(2500억원)과 우리금융(1500억원)도 추가 소각에 나선다. 하나금융은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 비율) 40%까지, 우리금융은 주주환원율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NH농협금융은 지난 6월 1조2000억원 유상증자로 자본을 채웠다.

관건은 지속가능성이다. 증시 변동성과 이자이익 둔화가 겹치면 하반기 흐름은 달라질 수 있다. 결국 하반기 성적표는 코스피 지수판이 아니라,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꾸준한 수수료를 낼 수 있는 비은행 경쟁력에서 갈릴 전망이다.

사상 최대라는 숫자는 화려하다. 그러나 그 기록이 증시에 얼마나 기대고 있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실적의 지속가능성은 지수판이 아니라 결국 체질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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