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데려왔는데 매파?…연준은 왜 돌아섰나

워시 체제 첫 회의서 ‘완화 편향’ 삭제…연내 1회 인상 시사
한미 금리차 1.25%p·원화 1500원…한은, 인상 압박 커져

트럼프는 금리를 내릴 사람을 앉혔다. 그런데 정반대 신호가 나왔다.

케빈 워시 신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7일(현지시간) 첫 통화정책 회의를 주재했다. 결과는 동결. 하지만 점도표는 ‘인상’을 가리켰다. 점도표는 연준 위원들이 향후 금리 전망을 점으로 찍은 도표다. 18명 중 9명이 연내 인상을 예상했다. 불과 3개월 전엔 평균적으로 ‘인하’를 점쳤다. 비둘기를 기대하고 데려온 의장이, 매파 회의를 연 셈이다.

◇ 전쟁이 띄운 물가, 인하 사이클을 끊다

배경엔 유가가 있다. 지난 2월 28일 시작된 미국·이란 전쟁이 호르무즈 해협을 막았다. 전 세계 원유의 약 20%가 지나는 길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를 역사상 최대 규모의 원유 공급 차질로 평가했다. 충격은 물가로 번졌다. 5월 미국 소비자물가(CPI)는 1년 전보다 4.2% 올랐다. 3년여 만의 최고치다. 연준 목표치 2%의 두 배다.

파장은 미국에 그치지 않았다. 유럽중앙은행(ECB)은 6월 11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2023년 9월 이후 첫 인상이다. 일본은행(BOJ)도 16일 금리를 1.0%로 올렸다. 1995년 이후 가장 높다. 2025년을 떠받친 글로벌 인하 사이클이 멈춰 섰다.

◇ ‘적게 말하기’ 데뷔…완화 편향을 지웠다

워시의 첫 메시지는 문장이 아니라 삭제였다. 연준은 성명에서 ‘완화 편향(easing bias)’ 문구를 뺐다. 추가 조정의 시기·폭을 살핀다는 기존 표현도 사라졌다. 성명은 약 130단어로 줄었다. 직전 341단어의 3분의 1 수준이다. 선제 안내(포워드 가이던스)에 비판적인 그의 철학이 담겼다. 워시는 자신의 점도표 전망치조차 내지 않았다. 19명 중 18명만 제출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17일 다우지수는 507포인트(0.98%) 내렸다. 2년물 국채금리는 16bp 뛴 4.21%로 1년여 만의 최고를 찍었다. 달러지수는 1% 가까이 올라 근 1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 전쟁은 끝나가는데, 왜 더 매파인가

역설은 여기 있다. 정작 유가는 떨어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14일 휴전에 합의했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 핵심이다. 브렌트유는 연고점 대비 약 20% 빠졌다. 그런데도 연준은 긴축으로 돌아섰다.

관건은 ‘2차 파급효과(second-round effects)’다. 에너지가 올린 값이 임금·서비스 물가로 옮겨붙는 현상이다. ECB도 같은 이유를 들어 인상을 정당화했다. 연준은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전망을 2.7%에서 3.6%로 올렸다. 성장률은 2.4%에서 2.2%로 낮췄다. 물가는 높고 성장은 둔화하는 구도다. 워시는 기자회견에서 인하 논의는 없었다고 못 박았다. 물가가 5년 넘게 목표를 웃돌았다는 점도 짚었다.

◇ 원화 1500원·금리차 1.25%p, 한은의 시험대

불똥은 한국으로 튄다. 한미 금리차는 상단 기준 1.25%포인트로 벌어졌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1500원 안팎이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약하다. 약한 원화는 수입 물가를 밀어올린다. 에너지를 수입에 기대는 한국엔 직격탄이다.

한국은행의 손도 좁아진다. 한은은 5월 기준금리를 2.50%로 묶었지만, 7명 중 2명이 인상 의견을 냈다. 신현송 총재의 첫 회의였다. 메리츠증권은 7월 2.75%, 연말 3.00% 인상을 전망한다. 18일 한은은 점검회의를 열었다. 유상대 부총재는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 전환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변동성 확대에 유의하겠다고 밝혔다.

증시도 출렁인다. 반도체가 끌어올린 코스피는 올해 70% 넘게 뛰었다. 그러나 8일엔 8% 넘게 빠지며 서킷브레이커가 걸렸다. 환율 방어냐 경기 부양이냐. 한은의 선택지는 좁아지고 있다.

워시는 말을 줄였다. 그러나 시장의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졌다. 한은은 환율과 경기 사이 기로에 섰다. 다음 금통위, 저울은 어디로 기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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