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일 만에 420만원→280만원…못믿을 목표주가

매도 의견 1% 미만, 목표가 달성률 19%

목표주가는 왜 이리 오락가락하나

34일.

한 증권사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420만원으로 올렸다가 280만원으로 내리는 데 걸린 시간이다.

미래에셋증권은 6월 25일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380만원에서 420만원으로 10% 올렸다. 주가가 290만원 선을 넘어 전고점을 만들던 때다. 그리고 7월 29일, 같은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280만원으로 낮췄다. 하향폭 33.3%. 그사이 주가는 140만원 선까지 밀렸다.

같은 날 삼성전자 목표주가도 55만원에서 37만원으로 내려갔다. 32.7% 하향이다. 국내 증권사가 SK하이닉스 목표가를 낮춘 건 1년 3개월 만이었다.

개인투자자들이 분노하는 지점이 여기다. 코스피 1만 시대를 말하던 증권사들의 리포트가 한 달 만에 뒤집혔다. 중장기 전망이라면서 내놓던 전망이다.

이래도 되는가. 이래도 된다. 정확히는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다. 목표주가는 애초에 중장기 전망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적 전망은 그대로, 목표가만 33% 내렸다

이번 하향 보고서를 뜯어보면 이상한 대목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은 목표가를 내리며 이렇게 밝혔다. 중국 노광장비 국산화 이슈는 2028년까지 실적 추정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한적이라고. 그래서 “목표 배수만 하향했다”고 설명했다.

정리하면 이렇다. 2028년까지 회사가 벌어들일 돈에 대한 판단은 바꾸지 않았다. 그런데 목표주가는 33% 내렸다.

어떻게 가능한가. 목표주가 계산식을 보면 답이 나온다. 목표주가는 그저 실적 추정치를 목표 배수(멀티플)로 곱한 것이다.

목표 배수는 시장이 그 회사 이익 1원에 몇 원을 쳐줄지를 나타내는 숫자다.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대표적이다. 미래에셋증권은 SK하이닉스의 목표 PBR을 6.5배에서 4.6배로 낮췄다. 회사가 가진 순자산의 6.5배를 쳐주던 시장이 이제 4.6배만 쳐줄 것이라는 판단이다.

문제는 이 배수가 무엇으로 결정되느냐다. 결국 시장이 지금 그 주식에 매기는 값이다. 주가가 오르면 배수가 올라가고, 주가가 빠지면 배수가 내려간다.

그래서 이런 구조가 만들어진다. 주가가 먼저 움직이고, 이에따라 배수가 움직인다. 목표주가가 마지막에 조정된다.

목표주가는 주가를 예측하는 숫자가 아니다. 주가가 만들어 놓은 값을 사후에 승인하는 숫자에 불과하다.


이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외 데이터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엔비디아 목표주가 변경 이력을 추적한 분석에 따르면, 대부분의 경우 주가가 먼저 움직이고 24~72시간 안에 애널리스트들의 목표가 조정이 무더기로 나왔다. 예측이 아니라 확인 행위다.

정확도도 마찬가지다. 미국 실증 연구에서 12개월 목표주가가 달성된 비율은 측정 기준에 따라 24~45% 수준이었다. 2012년 워털루대·보스턴칼리지 공동 연구는 41개국 애널리스트 1만1000여 명의 목표가를 분석해 12개월 예측 정확도를 약 30%로 집계했다. 3개월 목표가 도달률은 18%였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숫자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1년 뒤 주가를 맞히는 일은 원래 어렵다.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의 목표주가는 틀리는 방향이 한쪽으로 쏠려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김준석 선임연구위원이 지난 1월 내놓은 보고서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2000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 상장기업 분석보고서 약 70만 건을 실증 분석했다.

결과는 세 줄로 요약된다. 첫째, 매수 의견이 고착됐다. 매수 비중은 2014년 이전 73%에서 2015년 이후 91%로 뛰었다. 매도 의견은 1% 미만이다. 둘째, 목표주가가 달성된 경우는 20%도 안된다. 대부분 지키지 못할 약속이란 이야기다. 2015년 이후 목표주가에 담긴 평균 기대수익률은 34%였다. 1년 뒤 실제 실현된 수익률은 평균 4%. 목표주가 달성률은 19%에 그쳤다.

셋째, 투자가치가 사라졌다. 2012년 이전에는 애널리스트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따라 포트폴리오를 짜면 시장을 이겼다. 2013년 이후로는 그 초과수익이 통계적으로 관찰되지 않는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원인으로 애널리스트의 정보력 약화, 낙관적 편향, 변별력 약화를 꼽았다. 2013년 CJ E&M 미공개정보 유출 사건 이후 시장질서 교란행위 규제가 강화되면서 애널리스트의 기업정보 취득 경로가 좁아졌다는 진단이다. 고유 정보가 없으면 독자적 평가가 어렵다. 특히 부정적 평가가 어려워진다. 공시된 실적에만 의존하게 되고, 의견은 서로 닮아간다.


‘팔아라’는 말이 봉인된 시장

여기서 이번 사태의 구조적 원인이 드러난다. 금융투자협회 집계를 보자. 최근 1년간 리포트를 한 건이라도 낸 증권사 42곳 가운데 26곳은 매도 의견 비율이 0%였다. 대부분 국내 증권사다.

외국계는 다르다. JP모간 서울지점의 매도 의견 비중은 51.3%다. 두 건 중 한 건이 매도다. 메릴린치 21.3%, 씨티그룹글로벌마켓 18.4%, 골드만삭스 서울지점 16.3%, 모간스탠리 15.9%로 모두 두 자릿수다.

국내 증권사 중 매도 의견을 낸 곳은 신영증권(1.3%), DS투자증권(0.6%), 미래에셋증권(0.6%), 메리츠증권(0.5%) 정도다.

이 격차가 무엇을 만드는지 생각해 보자. 외국계 애널리스트는 시각이 나빠지면 투자의견을 내린다. 매수에서 중립으로, 중립에서 매도로. 신호를 단계별로 보낼 수 있다.

국내 애널리스트에겐 그 수단이 없다. 매도는 사실상 금기다. 중립조차 부담스럽다. 그러면 시각 변화를 표현할 통로는 하나만 남는다. 목표주가다.

투자의견이 고정돼 있으니 목표주가가 모든 충격을 혼자 흡수한다. 매수 의견을 유지한 채 목표가만 33% 잘라내는 기묘한 리포트가 나오는 이유다. 하향의 폭이 클수록, 실은 진작에 냈어야 할 매도 의견이 그만큼 밀려 있었다는 뜻이다.

투자자가 체감하는 ‘널뛰기’는 애널리스트 개인의 변덕이 아니다. 이유는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다.

리서치센터는 돈을 벌지 않는다. 과거에는 기관투자자 대상 법인영업(홀세일)을 지원하며 존재 이유를 증명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이 위축되고 법인영업 수수료가 낮아지면서 그 기반이 무너졌다. 증권사 수익 구조가 기업금융(IB)과 자산관리(WM) 중심으로 옮겨가자 리서치센터는 ‘비용 부서’가 됐다.

애널리스트 수는 10여 년 전 1500명대에서 1000명대로 줄었다. 인력이 줄자 커버리지가 인기 종목에 몰렸다. 중소형주 보고서는 2010년 445건에서 최근 237건으로 반 토막 났다.

압박도 양쪽에서 온다. 부정적 보고서를 내면 상장사는 기업탐방과 IR 참여를 제한한다. 개인투자자는 민원으로 대응한다. 2023년 에코프로 매도 리포트를 낸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공매도 세력과 결탁했다는 민원이 쏟아져 금융감독원에 소명 절차까지 밟았다.

보고서 값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국내 증권사가 유료 판매 채널에서 얻는 수입은 대부분 연 3000만원에 못 미친다. 연 3000건을 내는 증권사라면 건당 1만원이 안 된다. 업계는 보고서 한 건 생산 비용을 100만원 이상으로 본다.

돈을 못 받고, 인력은 줄고, 부정적 의견에는 보복이 따른다. 이 조건에서 매도 리포트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제도는 이미 두 번 실패했다

당국도 손을 놓고 있진 않았다. 2015년 5월,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를 도입했다. 증권사별 매수·중립·매도 비율을 공개하게 했다. 결과는 반대였다. 매수 쏠림은 오히려 심해졌다. 2020년 말 91.8%였던 국내 증권사 평균 매수 비중은 2023년 3분기 93.2%로 올랐다.

2017년 9월, 목표주가 괴리율 공시제를 도입했다. 괴리율은 제시한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의 차이다. 목표가를 부풀리면 숫자로 드러나게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금융감독원이 1년 뒤 효과를 측정했다. 47개 증권사 리포트 8만9262건을 제도 시행 전후로 나눠 비교했다. 시행 전 1년간 18.7%였던 평균 괴리율은 시행 후 20.6%로 나빠졌다.

두 제도의 공통점이 있다. 결과를 공개했을 뿐, 유인 구조를 건드리지 않았다. 애널리스트가 ‘낙관’에 기우는 이유는 낙관이 이익이기 때문이다.


해외는 ‘공시’가 아니라 ‘돈’을 건드렸다

두 개의 해외 사례가 대조적이다.

미국, 2003년. 뉴욕주 검찰총장 엘리엇 스피처는 10개월 조사 끝에 메릴린치 내부 이메일 수천 건을 확보했다. 애널리스트들이 고객에게 매수를 권한 종목을 사내에서는 쓰레기라고 부르고 있었다. 투자은행 부문의 수수료 수입이 리서치 의견을 좌우한 정황이었다.

그해 4월 28일, 골드만삭스·메릴린치·모간스탠리 등 10개사가 총 14억 달러를 내놓고 합의했다. 부당이득 반환 3억8750만 달러, 과징금 4억8750만 달러, 독립 리서치 재원 4억3250만 달러, 투자자 교육 8000만 달러.

핵심은 벌금이 아니라 구조 개혁이었다. 리서치와 투자은행 부문의 보고 라인을 완전히 분리했다. 물리적으로 층을 나눴다. 리서치 예산은 투자은행 실적과 무관하게 책정하도록 했다. 애널리스트 보수를 투자은행 수익에 연동하는 것도 금지했다. 종목 커버리지 결정에 투자은행이 개입할 수 없게 했다.

유럽, 2018년. 유럽연합은 제2차 금융상품시장지침(MiFID II)을 시행하며 리서치 ‘언번들링’을 의무화했다. 언번들링은 ‘묶음 해체’라는 뜻이다. 그전까지 리서치는 공짜였다. 정확히는 매매 수수료에 숨어 있었다. 운용사가 증권사에 주문을 몰아주면 리서치가 딸려왔다. 이걸 끊고 리서치는 리서치대로 값을 매겨 팔게 했다.

결과는 복합적이다. 애널리스트 커버리지가 줄었다. 특히 이미 여러 곳이 분석하던 대형주에서 감소폭이 컸다. 반면 남은 리포트의 질은 올라갔다. 애널리스트 1인당 담당 종목이 줄면서 예측 정확도가 개선되고 리포트가 상세해졌다. 실력 있는 애널리스트 상당수는 매수측(바이사이드)으로 옮겨갔다.

부작용도 있었다. 중소기업 커버리지가 사라지다시피 했다. 유럽연합은 2024년 12월 발효한 상장법(Listing Act)으로 리서치와 체결 서비스의 묶음 지불을 다시 허용했다. 부분적 후퇴다.

두 사례의 교훈은 다르다. 미국은 이해상충을 끊었다. 유럽은 리서치에 가격을 붙였다. 성적도 엇갈렸다.

그러나 공통점이 하나 있다. 둘 다 돈이 흐르는 방향을 바꿨다. 한국은 공시 서식만 바꿨다.


늦은 건 하향이 아니라 그 이전이다

이번 국면에서 시점을 따져볼 대목이 있다.

모간스탠리는 7월 6일 고객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메모리 관련주 비중 축소를 권고했다. 반도체 중심의 좁은 상승장이 끝나가고 있다는 판단이었다.

국내 대형 증권사의 목표주가 하향은 7월 29일에 나왔다. 23일 뒤다.

그사이 코스피는 무너졌다. 7월 28일 하루에만 10.84% 빠져 6023.66으로 마감했다.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다. 7월 한 달 하락률은 28.9%. 1997년 10월 외환위기 당시의 27%를 넘어선 월간 기준 역대 최대다. 2008년 금융위기 10월의 23.1%보다도 크다.

29일에는 장중 5300선마저 깨졌다. 골드만삭스가 7월 14일 핵심 지지선으로 제시했던 6800선은 2주 만에 의미를 잃었다.

애널리스트들이 이번 급락을 예측하지 못한 걸 탓하기는 어렵다. 창신메모리 상장 흥행과 중국의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개발 소식은 갑작스러웠다.

문제는 그 이전이다. 주가가 오르는 내내 목표주가를 따라 올렸다. 미래에셋증권은 6월 25일 SK하이닉스 주가가 290만원을 넘자 목표가를 420만원으로 올렸다. 목표주가가 주가를 이끈 게 아니라 주가가 목표주가를 끌어올렸다.

올릴 때 주가를 따라갔으면, 내릴 때도 주가를 따라간다. 대칭이다. 개인투자자는 그 대칭의 양쪽 끝에서 각각 손해를 본다. 고점에서는 상향된 목표가를 보고 들어가고, 저점에서는 하향된 목표가를 보고 나온다.


그래서 목표주가를 어떻게 볼 것인가

목표주가를 못 믿겠다는 반응은 정당하다. 다만 폐기하라는 결론으로 가면 아깝다.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도 리포트의 정보 가치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진 않았다. 실적 추정치 변경, 투자의견 변경, 목표주가 변경은 여전히 유의미한 주가 반응을 만든다. 다만 그런 영향력 있는 보고서의 비중이 낮아졌다.

실무적으로는 세 가지를 나눠 보면 된다.

첫째, 목표주가 숫자보다 실적 추정치를 본다. 목표주가는 실적 추정치와 목표 배수의 곱이다. 이번처럼 실적 전망은 그대로 두고 배수만 낮춘 하향은 ‘기업이 나빠졌다’가 아니라 ‘시장이 이 기업을 덜 좋아하게 됐다’는 뜻이다. 성격이 전혀 다르다.

둘째, 목표 배수의 근거를 확인한다. 6.5배를 4.6배로 낮췄다면 왜 4.6배인지 묻는다. 과거 불황기 수준인지, 글로벌 동종업체 평균인지, 그냥 현주가에 맞춘 숫자인지에 따라 리포트의 무게가 달라진다.

셋째, 투자의견 대신 커버리지 자체를 신호로 읽는다. 국내 증권사는 부정적 의견을 내는 대신 아예 보고서를 내지 않기도 한다. 갑자기 리포트가 끊긴 종목, 목표주가를 제시하지 않는 리포트가 그런 경우다. 침묵이 매도 의견일 수 있다.


틀린 게 아니라 틀릴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이번 사태의 책임을 애널리스트 개인에게 물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정보 접근이 막혀 있다. 매도 의견을 쓰면 기업 탐방이 끊기고 민원이 들어온다. 리서치는 수익을 못 내는 부서로 취급받는다. 보고서는 건당 1만원도 못 받고 팔린다. 이 조건에서 소신 있는 하향 리포트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설계 오류다.

목표주가가 틀리는 게 문제가 아니다. 세계 어디서도 목표주가 적중률은 30% 안팎이다.

한국의 문제는 다른 데 있다. 틀리는 방향이 언제나 한쪽이라는 것. 리포트는 평균 34% 오른다고 했다. 1년 뒤 실제 상승률은 4%였다. 목표주가에 도달한 리포트는 다섯 중 하나뿐이었다. 목표주가 달성률은 19%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편향이 10년 넘게 유지됐다.

당국은 공시제를 두 번 도입했고 두 번 실패했다. 미국은 리서치 예산과 투자은행 수익의 연결을 끊었고, 유럽은 리서치에 값을 매겼다. 방식은 달랐지만 둘 다 돈의 경로를 손댔다.

매도 의견이 0%인 시장에서 목표주가만 정확해질 방법은 없다. 지금 개인투자자들이 투자에 참고하는 목표주가라는 게 이렇게 쓸모가 없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