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전쟁 장기화의 경제 파급…세계는 얼마나 고통받고 있나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기습 타격했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장담했다. “몇 주면 끝난다.” 호르무즈 해협은 봉쇄되지 않을 것이고, 이란 정권은 자체 붕괴할 것이라 했다. 미국 정보기관 수장들조차 “우스꽝스럽다”고 평가한 시나리오였다.
3개월이 지났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이건 코로나 이후 최대 리스크”
로이터 통신이 최근 전 세계 상장사 279곳의 실적을 분석했다. 결론은 하나다. 이란 전쟁으로 전 세계 기업들이 최소 250억 달러(약 37조 5천억 원)의 비용을 이미 떠안았다.
가격 인상, 생산 축소, 배당 중단, 직원 무급휴직. 기업들이 동원할 수 있는 방어 수단은 거의 다 나왔다.
로이터는 이 전쟁이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글로벌 기업들에 또 다른 대형 리스크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작년 트럼프 관세 쇼크가 350억 달러 규모였다는 점과 비교하면, 전쟁 충격은 이미 그 수준을 향해 가고 있다.
제트연료 가격이 거의 두 배로 뛰면서 항공사들의 전쟁 관련 비용 부담만 약 150억 달러에 달한다. 도요타는 43억 달러 손실을 예고했고, P&G는 세후 10억 달러 이익이 날아갈 것으로 봤다. 맥도날드 CEO는 “높은 휘발유 가격이 저소득층 소비를 압박하고 있다”고 실토했다.
핵심은 여기, 호르무즈 해협
왜 이렇게 됐나. 지도를 보면 답이 나온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호르무즈 해협. 가장 좁은 구간 폭은 33km에 불과하다. 실제 대형 유조선이 다닐 수 있는 수로는 양방향 각각 3km가 전부다. 세계 원유 공급의 5분의 1 이상이 이 좁은 수로 하나를 통과한다.
이란이 이곳을 틀어막았다. 개전 이전 일평균 130회 이상이던 선박 통행량은 전쟁 이후 하루 3~6회 미만으로 완전히 궤멸됐다.
역대 오일쇼크와 비교해 보면 이 사태의 무게가 달리 느껴진다.
1973년 1차 오일쇼크 때 감산량은 하루 약 450만 배럴이었다. 전 세계 공급의 7%였다. 1979년 이란 혁명 때도 480만 배럴, 마찬가지로 7% 수준이었다. 2026년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하루 1,700만~2,100만 배럴이 막혔다. 전 세계 일일 소비량의 20~27%다.
과거 오일쇼크보다 3배 이상 큰 공급 충격이다. 더 나쁜 것은 완충재가 없다는 점이다. OPEC+의 유휴 생산 버퍼는 현재 하루 180만 배럴에 불과하다. 공급 부족을 흡수할 물리적 여력이 없다.
유가 100달러 돌파, 그 다음은?
현재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유가. 시장은 세 가지 경로를 본다.
시나리오 1 — 조기 종전: 중국이 이란을 압박해 합의가 나오고 해협이 2주 내 재개방되는 경우다. 이 경우에도 파손된 정유 설비 복구와 물류 정체 해소에 시간이 걸려 2027년 말까지 배럴당 90달러의 고착형 고유가가 유지된다. 전쟁 이전 63달러로의 복귀는 없다.
시나리오 2 — 봉쇄 장기화: 협상이 결렬되고 12주 이상 봉쇄가 계속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글로벌 해상 원유 공급의 약 10%가 시장에서 증발하고, 유가는 배럴당 117달러에서 최대 154달러까지 치솟으며 전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을 유발한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물가가 오르는데 경기는 침체하는 최악의 조합이다.
시나리오 3 — 전면 확전: 미·이스라엘이 이란 최대 가스 정제 단지와 하르그섬을 파괴하고, 이란이 사우디 정유시설과 카타르 LNG 단지(전 세계 LNG 공급의 20%)를 역공하는 최악의 경우다. 유가는 일시적으로 배럴당 160달러를 돌파하고 2027년 말 평균이 174달러에 고착된다.
지금 어디 있는가. 시나리오 2와 3의 경계 어딘가다.
협상은 있다. 그런데 진전은 없다
미국과 이란은 파키스탄을 중재자로 두고 협상 문서를 주고받고 있다. 이란은 14개 조항짜리 종전안을 냈다.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원론적 선언, 고농축 우라늄 일부의 러시아 이전, 호르무즈 해협 단계적 재개방 방안이 포함됐다.
미국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전 안보다 형식적 개선만 있을 뿐”이라는 게 미국 고위 당국자의 평가다. 우라늄 농축 완전 중단과 기존 고농축 우라늄 인도 — 이 두 가지가 빠져 있는 한 협상으로 보지 않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이 흐르고 있다”며 군사옵션 재개를 저울질한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 해협 통과 인터넷 케이블에 허가제를 도입할 수 있다며 새 압박 카드를 꺼냈다. 사실상 통행료 부과 시사다.
양쪽 다 물러서지 않는다. 양쪽 다 고통받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한국, 가장 취약한 나라 중 하나
한국은 원유 도입량의 약 70%를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한다. 전면 확전 시나리오에서 두바이유가 배럴당 평균 157달러를 넘고 환율이 1,500원을 상회할 경우, 한국 실질 GDP 성장률은 기존 대비 0.8%p 하락하고 소비자물가는 단기적으로 2.9%p 폭등한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연간 최대 767억 달러 감소할 수 있으며, KOSPI가 7.24% 폭락하는 자본 시장 신용 경색이 동반된다.
산업별로 보면 더 선명해진다. 한국은행 산업연관표를 분석한 결과, 전면 확전 시 제조업 생산 원가는 최대 11.8% 상승한다. 서비스업 상승분(3.1%)의 3.5배 이상이다. 원재료 급등이 완제품 가격으로 완전히 이전되지 않으면 한계 제조업체들의 연쇄 도산이 시작된다.
지역 실물 경기는 이미 나빠지고 있다. 중간재 의존도가 높은 전북의 경우, 전쟁 직후 광공업 생산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15.1% 줄었고, 자동차 부품 생산은 37.7% 급감했다.
이란의 원유가 걸프 해역에 쌓이고 있다
이란도 버티는 중이다. 수출이 막히자 유조선을 창고로 쓴다.
현재 걸프 해역에는 이란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 39척이 정박해 있다. 미국 봉쇄 조치 이전(29척)보다 빠르게 늘었다. 에너지 분석업체 클레르에 따르면 이 유조선들에 저장된 이란산 원유만 4,200만 배럴이다. 분쟁 시작 이후 65% 증가한 수치다. 30년 된 퇴역 유조선까지 꺼내 해역에 띄웠다.
이란군 대변인은 19일 공개 집회에서 선언했다. “우리는 휴전 기간을 전투력 강화에 썼다. 새로운 전선을 열 준비가 됐다.”
엄포인지 사실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만큼은 분명하다.
세계는 비용 청구서를 받는 중이다
전쟁은 언제나 예상보다 길어지고, 비용은 예상보다 커진다.
월풀 CEO는 현재 상황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하고, 다른 침체기보다 더 심각하다”고 했다. S&P500 산업재 기업들의 2분기 순이익률 전망치는 0.38%p 하향 조정됐다. 미국채 30년물 금리는 20년 만에 5%를 넘었다. 글로벌 자금 조달 비용이 전방위로 올라가고 있다.
3개월 만에 37조 원이 사라졌다. 협상은 교착 상태다. 유가는 100달러 위에 있다.
조기 종전은 없다. 비용 청구서는 계속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