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2000조 코앞, 금리 인상 변수

2분기 금융권 대출 21조원 급증
한은 금리 인상, 취약차주 부담 커져

가계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다시 빨라졌다. 한국은행은 오는 19일 올해 2분기 말 가계신용 잠정치를 발표한다. 시장은 이 수치가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993조1000억원. 2000조원까지 남은 거리는 6조9000억원에 불과했다.

그런데 2분기 석 달 동안 금융권 가계대출만 21조1000억원 늘었다. 산술적으로 2000조원 돌파는 기정사실에 가깝다. 공교롭게도 이 시점은 한국은행이 1년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다시 올리기 시작한 때와 겹친다.

◇ 왜 하필 지금 2000조원인가

가계신용은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카드 외상구매)을 더한 지표다. 한국은행이 가계 부채 규모를 나타낼 때 쓰는 대표 통계다. 1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은 1865조8000억원, 판매신용은 127조3000억원이었다. 전 분기보다 각각 12조9000억원, 1조1000억원 늘었다.

증가 속도는 2분기 들어 더 빨라졌다. 금융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4월 3조5000억원, 5월 9조3000억원, 6월 8조3000억원 늘었다. 석 달 합계 21조1000억원이다. 주택담보대출이 4월 5조5000억원, 5월 4조원, 6월 4조5000억원씩 늘며 증가세를 이끌었다. 한동안 줄었던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도 5월(5조3000억원)과 6월(3조8000억원) 다시 불어났다.

◇ 집값과 증시, 두 바퀴로 굴러간 빚

주담대 증가에는 주택 거래 회복과 기존 분양 물량의 집단대출 실행이 겹쳐 있다. 기타대출 반등의 배경은 다르다. 국내 증시 강세를 타고 주식 투자 자금을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으로 조달하는 이른바 ‘빚투’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가계신용은 2024년 2분기 이후 지난 1분기까지 8개 분기 연속 증가했다(한국은행). 집값과 증시라는 서로 다른 두 시장이 동시에 달아오르면 가계부채는 두 방향에서 함께 불어난다. 이번 2분기가 그런 국면이었다.
차주별로 보면 주택 수요가 가장 큰 30·40대의 비중이 두드러진다.

한국은행의 2026년 1분기 차주별 가계부채 통계에 따르면 30·40대의 신규 대출 비중은 59.6%에 달했다. 실수요와 투자 수요가 겹치는 연령대에서 빚이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늘어나는 구조다.

◇ 금리 인상과 맞물린 상환 부담

문제는 타이밍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올렸다. 지난해 5월 2.75%에서 2.50%로 낮춘 지 1년2개월 만의 인상 전환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시차를 두고 변동금리형 주담대와 신용대출 금리에 반영된다. 대출 규모가 큰 차주일수록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특히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하위 30%)이거나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이른바 취약차주는 금리 상승에 더 민감하다(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국제결제은행(BIS) 집계로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9.4%로, 조사 대상 44개국 중 6번째로 높다. 다만 이 비율은 분모인 명목 GDP가 함께 늘면 낮아질 수 있어, 절대적인 부채 잔액이 사상 최대치를 계속 경신하는 흐름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 앞으로 관건은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2026년도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80% 수준으로 낮추는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했다. 정책대출 비중도 현재 30% 수준에서 20%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당시 부동산 시장으로의 과도한 자금 쏠림이 경제 전반의 성장과 활력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주목할 시점은 19일 나올 2분기 가계신용 확정 통계다. 2000조원 돌파가 숫자로 확인되면, 하반기 추가 금리 인상 여부와 취약차주의 연체율 추이가 다음 관찰 포인트로 떠오른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낮아지더라도 DSR과 취약차주 등 질적인 취약성은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비율의 하락이 곧 위험의 소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진단이다.

가계 빚이 불어난 속도와 금리가 오르기 시작한 시점이 겹쳤다는 사실은, 2000조원이라는 숫자 자체보다 더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이자 부담이 소비 여력을 갉아먹는 경로는 이미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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