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강화 못박은 대통령…부동산 대수술 예고

7·23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세제·금융·공급 전 분야 쟁점 토론
가액 기준 차등과세·관리부담금 신설 등 제안…27일 2차 토론회가 분수령

예정 시간은 100분이었다. 실제로는 3시간을 넘겼다.

7월 23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KBS 별관.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는 예정보다 95분가량 더 이어졌다. 학계와 시민단체, 공인중개사, 유튜버, 일반 국민까지 140명이 참석했다. 세제·금융·공급 세 분야 발제 뒤 자유토론이 붙었고, 토론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나온 의견을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발표할 세제개편안에 담는다. 토론이 각계 의견을 다양하게 듣는다는 명분으로 길어졌지만, 방향은 규제 강화 쪽으로 모아졌다. ‘답이 정해진 토론’이란 평가가 이유다. 쟁점을 정리한다.

◇ 왜 하필 지금 토론회를 열었나

시한이 있다. 세제개편안은 법정 일정상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 확정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토론회 도중 “조세 제도는 법률상 언제까지 내게 돼 있다”며 시간에 쫓기고 있음을 인정했다. 24일부터 중남미 순방 일정도 잡혀 있었다.

공급 지표도 배경이다. 진미윤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발제에서 최근 3년간 수도권 인허가·착공 물량이 장기 평균 대비 37% 줄었다고 밝혔다. 서울은 51% 감소했다. 수도권 인허가 가운데 비아파트 비중은 2022년 28%에서 2024~2025년 7% 수준으로 떨어졌다.

진 교수는 “우려되는 것은 일시적인 주택 공급 감소가 아니라 주택 공급의 연결고리가 끊어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가격은 공급부족 효과 등의 영향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대출 총량 규제로 수요를 눌렀지만 서울 집값은 잡히지 않았다. 규제는 강해지는데 공급은 줄고 가격은 오른다. 이 조합이 토론회를 뜨겁게 만들었다.

◇ 보유세 ‘3배’와 ‘폭동’ 사이

가장 큰 뉴스는 보유세였다. 이 대통령은 “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은 사실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것”이라고 방향을 정리했다. 수준도 언급했다. “통상적 선진국 수준으로 하려 해도 세 배는 올려야 한다. 그러면 폭동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겠나.”

토론회에서 제시된 보유세 강화방안의 기본적인 설계는 이렇다. 일단 통상적인 1주택을 기준선으로 잡는다. 여기서 실거주하면 깎아준다. 서민·중산층 주택이면 더 깎아준다. 지방이면 또 감면 요소를 붙인다.

반대로 초고가·호화주택, 다주택, 명백한 투기 목적 보유에는 가중치를 얹는다. 이 대통령은 “감면 요소와 가중 요소를 함께 적용하는 방식으로 단계적인 차등 체계를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용어는 바뀔 계획이다. ‘실거주’ 대신 ‘거주용’이다. 근무지 이동, 질병 치료, 공직 수임처럼 불가피하게 집을 비운 경우까지 보호 범위에 넣겠다는 뜻이다.

세 부담 기준도 주택 수에서 가액으로 옮겨간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사전 의견수렴 결과 보고에서 “주택 수에 따른 차등을 없애고 주택 가액의 합산 금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현행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는 1가구 1주택자 공시가격 12억원, 다주택자 합산 9억원이다.

◇ 초고가는 10억원인가 30억원인가

가장 뜨거웠던 숫자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가 10억원 이상을 초고가 주택으로 보고 실효세율을 1% 수준까지 올리자고 제안했다. 반면 초고가 기준을 30억~50억원으로 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10억원과 30억원의 차이는 크다. 서울 아파트 상당수가 대상에 들어가느냐, 상위 극소수만 걸리느냐가 갈린다. 정 교수는 기준을 너무 높게 잡으면 규제망에 구멍이 생긴다고 봤다. 반대편은 세입자 전가와 조세 저항을 걱정했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은 더 나갔다. “한국의 보유세는 다른 나라의 3분의 1에서 5분의 1 수준”이라며 종합부동산세를 거주와 비거주 구분 없이 보편적으로 강화하고 기존 실거주 우대는 축소하거나 폐지하자고 주장했다. 양도세 형평성도 지적했다. “10년간 거주하며 10억원의 양도차익이 생겼다면 현재 양도소득세는 평균 1000만원, 실효세율로는 1% 수준이다. 같은 기간 10억원의 근로소득이 생겼다면 근로소득세만 2억5000만원을 내야 한다.”

이 대통령도 세게 나갔다. “세제 개편안이 나올 텐데 좀 강력해야 한다. 칼집에서 뽑았을 때 녹슨 칼이면 시장을 잡기 어렵다.”

◇ 대출 총량 대신 ‘값’을 매긴다

금융 분야에서 나온 제안은 낯설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내놓은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지금은 LTV(담보인정비율)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로 빌릴 수 있는 ‘양’을 묶는다. 김 연구위원은 여기에 ‘값’을 붙이자고 했다. 고가 주택을 담보로 큰 대출을 받으면 금리와 별도로 부담금을 물리는 방식이다.

앞서 7월 15일 금융위원회 토론회에서는 구체적 구간까지 거론됐다. 대출 5억원 미만은 0%, 5억~15억원은 1%, 15억원 이상은 2%다.

왜 이런 발상이 나왔나. 김 연구위원의 설명은 이렇다. “대출을 규제하면 고가주택 수요가 중저가주택으로 이동한다. 결국 주담대 수요를 억제하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금리는 주택시장만 보고 조정할 수 없다.”

총량 규제는 무차별적이다. 한도가 소진되면 실수요자부터 잘려나간다. 부담금은 값을 치를 사람만 걸러낸다는 논리다. 걷은 돈은 청년·취약계층 금융 지원과 공공임대 재원으로 쓴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 세금이 아닌데 세금처럼 느껴진다. 조세 저항이 붙는다. 둘째, LTV·DSR과 겹치면 이중 규제 논란이 나온다. 사금융으로 우회할 여지도 남는다.

◇ 전세대출을 줄이면 월세가 오른다

이 대통령은 전세대출을 정면으로 겨눴다. “아파트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폭등하게 된 경위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가 전세대출이다. 너무 과한 게 집값 폭등의 한 원인이 된 것 같다.”

논리는 이렇다. 전세보증금은 집주인에게 흘러가 다음 집을 사는 종잣돈이 된다. 전세대출이 늘수록 갭투자 실탄도 늘어난다. 정부는 청년·신혼부부·생애최초에만 핀셋 지원을 남기고 나머지 전세대출 보증은 단계적으로 줄일 방침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세는 한국형 주거 사다리다. 전세 물량이 줄면 세입자는 월세로 밀린다. 월세는 매달 빠져나가는 돈이다. 서민 주거비가 오히려 커진다는 우려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다른 각도에서 경고했다. 공급이 묶인 상태에서 무주택자에게 돈을 더 풀면 매수 가격만 올라간다는 것이다. 영국 런던 등 글로벌 대도시에서 확인된 현상이다. 박 교수는 제한된 재원을 소득 상위층의 서울 아파트 매수 보조가 아니라 최저 주거 기준에 못 미치는 청년 주거 복지에 먼저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 60개월을 30개월로, 가능한가

공급 해법은 속도전으로 정리됐다. 이 대통령은 3기 신도시 착공 지연을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무슨 육십 몇 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행정 속도가 너무 느리다. 필요하면 규정을 바꾸든지, 순차적으로 하는 절차를 병행 진행해 시간을 줄여볼 생각이다.”

발표에서 착공까지 60개월 넘게 걸리는 기간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광역교통대책 심의와 지구계획 승인을 순차가 아닌 병행으로 돌린다.

신규 택지도 직접 찾는다. 이 대통령은 헬기를 타고 수도권 유휴 부지를 돌아보겠다고 했다.

공공임대의 성격도 바꾼다. 8평, 12평짜리 소형 임대에서 벗어나 역세권에 국민주택 규모(25~30평대) 고품질 임대를 공급한다는 방향이다. 중산층도 오래 살 수 있는 임대로 내 집 마련 전 단계의 주거 사다리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반면 재개발·재건축에는 선을 그었다. 서울에 새로 개발할 택지가 사실상 없다는 인식이다.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시장이 반발한 지점이 여기다. 수요가 몰리는 곳은 서울 도심인데, 공급 해법은 수도권 외곽에 놓였다.

◇ 빠진 조각, 민간 장기임대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정부 공급 계획의 공백을 짚었다. “정부의 대책을 보면 공공분양, 공공임대, 민간분양은 있지만 민간임대의 경우 이재명 정부 5년간 몇 가구가 어느 지역에 어떤 유형으로 지어질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민간 장기임대를 지으려면 분양으로 단기 상환하지 않는 장기 자금이 필요하다. 지금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구조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채 대표는 민간 장기임대 사업자를 집단으로 육성하는 제도와 공급자 금융을 요구했다. 민간임대를 분리해야 매매 시장을 겨냥한 규제와 세제가 임대 시장으로 흘러들지 않는다는 논리다.

정비사업에서는 이주비가 병목으로 꼽혔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최근 입주한 강남권 단지들이 관리처분인가부터 준공까지 8~10년 걸렸다고 밝혔다. 조합원 한 명이 이주하지 못해도 단지 전체 착공이 밀린다.

◇ 17억7700만원 근저당이 남긴 것

정책 논쟁과 별개로 토론회를 뒤덮은 사안이 있다. 이 대통령 부부의 분당 아파트 매각이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양지마을 금호1단지 전용 164㎡. 7월 14일 29억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고 16일 소유권이 넘어갔다. 등기부에는 이 대통령 부부가 근저당권자, 매수인이 채무자로 올랐다. 채권최고액은 17억7700만원이다. 매매가의 61%다.

청와대 설명은 이렇다. 1주택자로 매각 의무는 없지만 부동산 정상화 의지를 보이려 시세보다 낮게 팔았고, 매수인 사정을 배려해 잔금에 근저당을 설정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다르게 봤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국민에게는 강한 대출 규제를 적용하면서 정작 대통령 본인은 29억원짜리 아파트를 매도하며 매수인에게 채권최고액 17억7000만원의 근저당을 설정하는 ‘사적 대출’ 꼼수를 동원했다”고 비판했다. 토론회 자체도 “이미 답을 정해놓고 명분만 쌓으려 한 ‘답정너’ 여론몰이 쇼”라고 규정했다. 국민의힘은 24일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부동산정책 정상화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여당은 정치 공세로 받아쳤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직무대행은 “국민의힘은 토론회가 열리기 전부터 묻지마식 비판을 쏟아냈다”고 반박했다.

이 논란이 남긴 것은 신뢰 문제다. 규제를 설계한 쪽이 규제 바깥의 방식으로 거래했다는 인식이 굳으면, 뒤이어 나올 보유세 인상과 부담금 신설은 국회 문턱에서 훨씬 무거워진다.

◇ 27일 2차 토론회, 무엇을 볼 것인가

토론회는 한 번 더 열린다. 27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성숙 국무총리가 주재한다. 1차 토론회만으로는 쟁점을 충분히 논의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 대통령이 순방으로 자리를 비우는 사이 의견 수렴을 이어간다.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다.

먼저, 초고가 주택 기준이다. 10억원이냐 30억원이냐에 따라 과세 대상 규모가 자릿수 단위로 달라진다. 숫자 하나가 세제개편안의 성격을 결정한다.

‘감면’과 ‘가중’의 조합을 어떻게 할지도 중요하다. 실거주 감면을 크게 두면 ‘똘똘한 한 채’ 유인이 오히려 커진다. 남기업 소장이 실거주 우대 축소를 주장한 이유다. 반대로 감면을 줄이면 1주택 실거주자의 조세 저항이 커진다.

관리부담금의 법적 성격도 중요하다. 부담금인지 세금인지, LTV·DSR과 어떻게 겹치지 않게 설계할지가 관건이다. 입법 과정에서 논쟁이 가장 길어질 항목이다.

변수는 국회다. 보유세 강화와 부담금 신설 모두 법 개정 사안이다. 야당이 강하게 반대하는 국면에서 정부안이 원안대로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방향을 정했다. 주택 수가 아닌 가액 기준 차등 과세, 대출 자원의 선별 배분, 공공 주도 속도전이다. 남은 것은 숫자와 시점이다. 보유세를 3배 올려야 정상이지만 한 번에 올릴 수는 없다는 대통령의 문장에, 이 정책의 목표와 한계가 함께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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