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나스닥 상장 후 사흘 연속 급등…아마존 제치고 5위
거래 가능 주식 4.2% 불과…변동성·고평가 논란 상존
상장 나흘 만에 세계 5위.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아마존을 제쳤다. 1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4.8% 오른 201.80달러에 마감하며 시가총액 약 2조6000억달러대를 기록했다(블룸버그). 이날 장중엔 한때 17% 뛰며 시총이 3조달러에 육박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잠시 4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이 폭등의 상당 부분은 회사 실적이 아니라 ‘거래 가능한 주식이 거의 없다’는 구조에서 비롯됐다.
◇ 사상 최대 IPO, 나흘간의 질주
스페이스X는 12일 나스닥에 ‘SPCX’로 상장했다. 공모가는 135달러. 기업가치 약 1조7500억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다. 조달액만 약 750억달러에 이른다. 첫날 150달러에서 출발해 19% 넘게 오른 161달러로 마감했고, 15일 19.6%, 16일 4.8%로 사흘 연속 급등했다. 회사는 재사용 로켓과 위성인터넷 스타링크, 우주선 스타십을 운영한다. 다만 실적은 화려하지 않다. 증권신고서(S-1)상 2025년 매출은 187억달러, 순손실은 49억달러다. 스타링크는 흑자지만 xAI 합병 등 인공지능(AI) 투자 부담이 적자로 이어졌다.
◇ ‘4.2%의 마법’, 시총을 부풀리다
핵심은 유통물량이다. 상장 첫날 거래 가능한 주식은 전체의 4.2%뿐이었다(블룸버그). 시가총액은 ‘주가 × 전체 주식 수’로 계산된다. 거래되는 4.2%에서 형성된 가격이 나머지 95.8%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적은 매수에도 주가가 크게 뛰고, 그만큼 시총이 부풀려진다. 순위가 곧 기업 체급은 아니다. 아마존의 지난해 매출은 약 7170억달러, 순이익은 776억달러다(아마존 연간보고서). 스페이스X는 매출 187억달러에 49억달러 적자다. 매출은 38분의 1 수준인데 시총은 더 컸던 셈이다. 매수 열기도 가세했다. 리서치업체 반다는 개인 투자자가 상장 이틀간 사들인 스페이스X 물량이 직전 주 미국 증시 전체 순매수와 맞먹는다고 분석했다. 안젤로 쿠르카파스 에드워드존스 글로벌 투자전략가는 “투자자들이 고평가 성장주에 계속 자금을 넣는 위험선호 신호”라고 풀이했다. 16일 옵션 거래가 시작됐고, 18일 ‘쿼드러플 위칭'(주가지수 선물·옵션 등 네 상품이 동시 만기를 맞는 날)이 겹쳐 변동성은 더 커질 수 있다.
◇ 공모 배정 ‘0’, 그래도 1.2조 쏟았다
서학개미도 뛰어들었다. 12일 하루 국내 개인의 스페이스X 순매수액은 1조2346억원(8억850만달러·환율 1527원)에 달했다(연합뉴스). 미래에셋·한국투자증권 등 11개 증권사 집계 기준이다. 단일 종목을 하루에 1조원 넘게 사들인 건 이례적이다. 직전 최대였던 반도체 3배 추종 ETF 순매수액(7852억원)의 1.5배다. 베팅은 상장 전부터였다. 스페이스X 편입이 예상된 ‘테마 스페이스 이노베이터스 ETF’를 한 달간 3억달러어치 사들였다(예탁결제원). 15일에는 스페이스X 추종 레버리지·인버스 ETF까지 등장했다. 정작 한국 투자자에게 돌아온 공모 물량은 없었다. 미래에셋은 단 1주도 배정받지 못했다(서울경제). 비싼 시초가에 추격매수에 나섰다는 의미다. 이틀간 순매수는 2조원을 넘었을 가능성이 크다.
◇ 월가도 갈렸다…남은 변수는
밸류에이션 논쟁은 뜨겁다. CFRA의 키스 스나이더 애널리스트는 상장 첫날 ‘매도’ 의견에 목표가 115달러를 제시했다. 반면 오펜하이머는 ‘비중확대’에 190달러를 내놨다. 평균 목표가는 164달러로 현재 주가(201.80달러)보다 18%가량 낮다. 적자 기업이라 전통적 이익 잣대로는 평가가 어렵다. 변수는 더 있다. 보호예수(일정 기간 대주주 등의 매도를 제한하는 장치) 해제로 유통물량이 풀리면 가격이 출렁일 수 있다. 옵션 만기와 첫 분기 실적도 시험대다. 반대로 주요 지수 편입 기대는 상방 요인으로 꼽힌다. 이번 상장은 활황인 미국 IPO 시장의 정점이다. 오픈AI, 앤스로픽 등도 상장을 저울질하고 있다(블룸버그).
숫자는 화려하다. 하지만 세계 5위라는 시총은 4.2% 위에 세워졌다. 유통물량이 풀리고 첫 실적이 공개될 때, 그 숫자가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