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 투자상품 가용성 상향…외환·결제 등 5개 항목은 ‘개선 필요’ 유지
등재 시 2028년 선진국 반영 가능…’도입’보다 ‘정착’이 평가 갈라
코스피 1만. 한때 5000도 멀게 느껴지던 지수가 그 문턱을 넘본다. 올해 코스피는 90% 넘게 올라 주요국 증시 가운데 상승률 1위다(블룸버그). 이 기세에 기대 하나가 더해졌다. 오는 24일 새벽(한국시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한국을 선진국지수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승격 후보군)에 올릴지 발표한다. 1992년 신흥국에 묶인 한국 증시가 30여 년 만에 ‘선진국’ 도장을 받을 길목이다. 그러나 관문은 여전히 높다.
◇ 30년 신흥국 꼬리표, 왜 못 떼나
한국 증시는 덩치로 보면 이미 선진국이다. 6월 초 한국거래소 시가총액은 약 7654조원(5조420억달러)으로 세계 6위다(블룸버그). 캐나다·영국·프랑스보다 크다. 그런데도 MSCI 분류는 신흥국이다. 중국·인도·브라질과 같은 칸에 묶여 있다.
문제는 ‘시장 접근성’이다. 외국인이 돈을 넣고 빼기가 선진국만큼 매끄럽지 않다는 평가가 있다. 이 간극이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한 축을 이룬다. 한국은 1992년 신흥국지수에 편입됐고, 2008년 관찰대상국에 올랐다. 하지만 접근성 미흡을 이유로 승격이 번번이 미뤄졌고 2014년 명단에서 빠졌다. 이번이 열두 번째 도전이다.
◇ 편입되면 무엇이 달라지나
관찰대상국 등재는 그 자체로 돈을 부르는 신호다. MSCI 지수는 전 세계 연기금과 패시브펀드(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펀드)의 자산 배분 기준이다. 선진국지수에 들면 이 지수를 따르는 글로벌 자금이 한국 비중만큼 자동으로 들어온다.
규모 추정은 기관마다 다르다. 골드만삭스와 BNP파리바는 실제 편입 시 약 300억달러(약 44조원) 유입을 예상한다. 나티시스는 수년에 걸쳐 200억~400억달러로 본다. 김규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관찰대상국 등재만으로도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 상승에 따라 약 292억달러(44조원)가 들어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효과는 자금 유입에 그치지 않는다. 자금이 안정적으로 들어오면 변동성이 줄고, 그 안정이 다시 자금을 부르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웨이 리 BNP파리바 멀티에셋 투자총괄은 “고성장 신흥국 베팅에서 핵심 선진국 투자처로 서사가 바뀐다”고 평가했다.
◇ 편입 가능성은…시장은 ‘아직’에 무게
기대는 크지만 시장은 신중하다. MSCI는 19일 공개한 ‘2026년 시장접근성 점검’에서 한국의 ‘투자상품 가용성’을 ‘개선 필요(-)’에서 ‘양호(+)’로 한 단계 올렸다. 한국 지수와 연계된 파생상품이 해외 거래소에 상장된 점을 인정했다. 이로써 18개 항목 중 마이너스 평가는 지난해 6개에서 5개로 줄었다.
하지만 핵심은 그대로다. 외환시장 자유화, 투자자 등록·계좌 개설, 정보 흐름, 청산·결제, 증권 이동성. 이 다섯 항목은 여전히 ‘개선 필요’다. MSCI는 근본적 접근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못 박았다.
가장 큰 변수는 외환시장이다. 정부는 7월 6일 24시간 외환거래를 시작하고, 내년 역외 원화 결제망 가동을 준비 중이다. 그런데 이 제도들이 6월 리뷰 이후에야 가동된다. MSCI는 제도가 완전히 시행되고 시장 참여자가 효과를 충분히 검증해야 재분류를 논의한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전문가들은 6월까지 제도가 완전히 정착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고 본다. 여전히 편입 가능성에 불확실하다는 뜻이다.
◇ 편입이 곧 호재? 이스라엘의 경고
편입이 곧 호재라고 단정하긴 이르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은 현재 MSCI ‘신흥국지수’에서 약 23%를 차지하는 ‘큰 물고기’다(블룸버그). 신흥국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이 큰 비중으로 들어와 있다. 선진국지수로 옮기면 이 비중이 크게 쪼그라든다. 신흥국지수를 추종하던 자금이 빠지는 규모가, 새로 들어오는 선진국 자금보다 오히려 클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실제 2010년 선진국에 편입된 이스라엘이 그랬다. 신흥국지수에서 이탈한 자금이 더 많아 순유출로 이어졌다. 다만 이스라엘은 편입 뒤 자금 유출입 변동 폭이 꾸준히 줄어 유동성은 안정됐다. 선진국지수 편집으로 인해 유입되는 금액이 유출되는 금액보다 많을 것이란 게 일반적 관측이지만, 실제 한국이 어떤 길을 걸을 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 관건은 ‘도입’이 아니라 ‘정착’
이번에 관찰대상국에 오르면 빠르면 2027년 6월 편입 발표, 2028년 5월 말 실제 반영이 가능하다. 정부는 39개 로드맵 과제 중 상반기까지 71.8%를 이행한다는 목표다(NH투자증권).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달 MSCI 뉴욕 본사를 찾아 편입을 공식 요청했다.
해외 시각은 엇갈린다. 이핑 랴오 템플턴글로벌인베스트먼트 매니저는 현 정부가 정책으로 밀어붙이는 만큼 편입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봤다. 반면 국내 업계에선 이번 점검 결과만으로 등재를 낙관하긴 이르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결국 MSCI의 잣대는 분명하다. 제도를 ‘도입했는가’가 아니라 ‘뿌리내렸는가’다. 7월 외환시장 개방이 얼마나 매끄럽게 정착하느냐가 향후 1~2년 평가를 가른다.
코스피 1만은 숫자다. MSCI 선진국 편입은 체질이다. 도장 하나로 시장이 선진화하진 않는다. 24일 새벽, 한국 증시는 그 긴 검증의 출발선에 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