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 급등 뒤 30% 급락…’삼전닉스 레버리지’가 만든 롤러코스터, 그리고 개인의 선택
뉴욕 펀드매니저들의 아침 루틴에 항목이 하나 늘었다. 전날 밤 서울에서 코스피가 얼마나 요동쳤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블룸버그가 전한 풍경이다.
한국 증시가 월가의 구경거리가 됐다. 좋은 의미가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스피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비유했다. 화려한 상금을 좇다 대부분이 파산하는 그 게임이다.
왜 이런 말이 나왔을까. 숫자를 보면 이해가 된다.
지난 1년간 코스피 상승률은 165%. 세계 주요국 가운데 1위였다. 그런데 지난 한 달, 그 시장이 30% 가까이 무너졌다. 6월 22일 9000을 돌파했던 지수가 한 달 만에 6500선까지 밀렸다.
오르는 것도 세계 1위, 무너지는 것도 세계 1위. 한국 증시는 지금 ‘가장 뜨겁고 가장 위험한 시장’이라는 두 얼굴을 동시에 갖고 있다.
5일 내내 울린 경보음
지난주(7월 20~24일) 코스피에선 5거래일 내내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하루도 빠짐없이.
사이드카는 선물 가격이 급등락할 때 프로그램 매매를 5분간 멈추는 장치다. 시장이 과열되거나 공포에 빠질 때 울리는 경보음이다. 그게 일주일 내내 울렸다.
20일은 ‘검은 월요일’이었다. 미국 반도체주 급락 여파로 코스피가 장중 6500선을 내줬다. 매도 사이드카가 울렸다.
21일과 22일은 정반대였다. 지수가 장중 4~5% 급등하며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24일엔 다시 ‘검은 금요일’. 미국·이란 갈등에 국제유가와 미국 국채금리가 뛰자 코스피가 5% 넘게 빠졌다.
하루는 폭락, 다음 날은 폭등, 다시 폭락. 롤러코스터였다. ‘롤러코스피’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기록을 보면 더 선명하다.
올해 사이드카는 7월 24일까지 66번 울렸다. 서킷브레이커(거래 일시중단)는 7번. 2000년 제도 도입 이후 역대 13번 중 절반 이상이 올해 몰렸다.
공포지수도 사상 최고였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24일 장중 96.9까지 치솟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고점(89.3)을 넘어섰다. 장기 평균(21.6)의 네 배가 넘는 수치다.
7월 코스피의 하루 평균 변동폭은 6%를 웃돌았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0월 기록마저 넘어선, 월간 기준 사상 최대 변동성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시장은 금융위기 때보다 더 떨고 있었다.
범인은 누구인가—’삼전닉스 레버리지’의 정체
그런데 이상하다. 2008년엔 금융시스템이 무너졌다. 2026년 7월엔? 은행이 파산한 것도, 나라가 부도난 것도 아니다.
범인은 따로 있었다. 상품 하나다.
이름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특정 종목의 하루 등락률을 2배로 따라가는 파생상품이다. 삼성전자가 하루 3% 오르면 이 상품은 6% 오른다. 반대로 3% 내리면 6% 빠진다. 손익이 두 배로 증폭된다.
올해 5월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16종(인버스 2종 포함)이 상장됐다. 개인 투자자가 몰렸다. AI 반도체 랠리에 올라타 수익을 두 배로 키우려는 돈이었다.
문제는 이 상품이 시장을 흔드는 ‘증폭기’로 작동했다는 점이다.
레버리지 상품은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기초자산이 오르면 자동으로 더 사고, 내리면 자동으로 판다. 오를 땐 매수를 부르고, 내릴 땐 매도를 부른다. 상승과 하락이 스스로를 증폭시킨다.
규모가 커지자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일이 벌어졌다. WSJ의 표현을 빌리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 두 종목이 코스피를 좌우하는데, 그 등락을 레버리지 상품이 기계적으로 증폭시켰다.
실제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이들을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을 합치면 한때 코스피 거래대금의 70%를 차지했다. 두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도 6월 한때 57.1%까지 올랐다. 시장 전체가 두 종목에, 그리고 레버리지에 인질로 잡혔다.
여기에 ‘음의 복리’라는 함정이 숨어 있다.
레버리지 상품은 하루 단위로 수익률을 계산한다. 오르내림이 반복되면 원금이 눈덩이처럼 깎인다. 10% 내렸다가 다음 날 10% 오르면 제자리가 아니다. 마이너스다. 횡보장에서 오래 들고 있을수록 손실이 커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90% 안팎이 손실 구간에 물려 있다. 시장조성자와 외국인은 선물로 위험을 헤지한다. 하지만 개인은 원금을 만회하려고 더 오래 들고, 더 많이 산다. 그래서 개인이 가장 크게 다친다.
가장 뼈아픈 건 ‘타이밍’이다.
블룸버그는 한국의 레버리지 상품이 ‘최악의 시점’에 나왔다고 꼬집었다. 한국과 똑같은 구조인 홍콩의 SK하이닉스 2배 추종 상품은 올해 270% 올랐다. 같은 상품이 한국에선 40% 넘게 빠졌다. 종목이 문제가 아니었다. 상장 시점이 갈랐다. 활활 타오르던 시장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워런 버핏은 오래전 파생상품을 ‘금융 대량살상무기’라 불렀다.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그 경고를 다시 소환했다.
왜 이렇게까지…정책이 남긴 그림자
이 상품은 왜 나왔을까. 배경에 정책이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원래 ‘환율 방어’용이었다. 홍콩 증시에서 레버리지에 투자하던 국내 자금을 국내 시장(국장)으로 되돌려, 원·달러 환율을 잡겠다는 취지였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환율은 못 잡고, 시장만 잡았다.
정부는 그동안 사실상 ‘증시 부양책’을 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한도를 늘리고, 레버리지 ETF를 열어줬다. 주가는 올랐다. 시장 규모도 커졌다. 하지만 급하게 편 정책이 변동성에 기름을 부었다.
비판이 들끓자 대통령이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7월 15일 경제 업무보고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직접 언급하며 대책을 서두르라고 지시했다.
규제는 하루 만에 나왔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규제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진입장벽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사려면 현금 3000만원을 예탁금으로 둬야 한다. 기존엔 1000만원이면 됐고, 그중 700만원은 보유 주식으로 채울 수 있었다. 이제는 3000만원이 전부 ‘현금’이어야 한다. 시행 시점도 8월에서 7월 31일로 앞당겼다.
11월부터는 1주씩 사고팔 수 없다. 20주 단위로만 거래된다. 신규 상장도 잠정 중단했다.
금융위원회는 이 조치로 12조원 규모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시장이 초기 수준인 4조~5조원으로 줄 것으로 추산했다.
규제당국은 실패를 인정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급하게 준비한 게 맞다”며 고개를 숙였다. 상품 출시 두 달 만의 뒤늦은 반성이었다.
외신은 이 과정을 ‘정책 실패’로 규정했다. 블룸버그와 WSJ은 한국 시장의 극심한 변동성을 연일 보도했다.
그래서 위기인가…엇갈리는 두 시선
정리해보자. 한국 증시는 지금 위기인가. 답은 갈린다. 두 개의 시선이 팽팽하다.
일단 ‘도박판’ 경고다. 버핏은 최근 미국 증시를 두고 “모두가 도박을 선호할 때 가치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시장을 ‘카지노가 딸린 교회’에 비유했다. 단기 투기가 장기 투자를 밀어냈다는 진단이다.
미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한국은 더하다. 개인이 코스피 거래의 절반, 코스닥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기관은 약하고, 시장은 반도체 두 종목에 쏠려 있다. 여기에 레버리지가 얹혔다. 초단기 투기의 판이 깔렸다.
‘빚투’도 사상 최대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7월 8일 37조원을 넘어 역대 최고를 찍었다. 1년 새 18조원 넘게 불었다.
다른 시선도 존재한다. ‘과도한 공포’ 효과다. JP모건은 정반대로 봤다. 이번 급락은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무너진 게 아니라, 레버리지의 ‘강제 청산’이 만든 일시적 충격이라는 진단이다.
디레버리징. 빚으로 산 포지션을 강제로 줄이는 과정이다. 값이 내리면 반대매매(강제 청산)가 나오고, 그게 또 값을 끌어내린다. JP모건은 한국 관련 레버리지 ETF 규모가 6월 말 500억달러에서 260억달러로 줄며, 청산이 75% 진행됐다고 분석했다. 헤지펀드 디레버리징도 절반 이상 끝났다.
가장 격렬한 매도 국면은 지나갔다는 얘기다. JP모건은 코스피 12개월 목표를 1만2500으로 유지했다. 낙관 시 1만5000, 비관 시 8000이다. AI 투자 사이클과 기업 실적, 지배구조 개혁이라는 장기 논리는 그대로라는 이유다. 모건스탠리도 비슷하게 봤다.
실적이 이를 뒷받침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사상 최대급 실적을 냈다. 그런데도 주가는 급락했다. 실적이 아니라 수급이 문제였다는 방증이다.
외국인 매도도 성격이 다르다. 올해 외국인은 한국 주식을 100억달러 넘게 순매도했다. 대부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다. MSCI 신흥국 지수에서 두 종목 비중이 과도해 기계적으로 판 물량이다. 펀더멘털 때문이 아니다.
시장 심리도 조금씩 돌아왔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 24일 이재명 대통령과의 저녁 자리에서 한국 증시를 두고 “다시 오를 것”이라고 했다. 덕담일 수 있다. 하지만 AI 밸류체인의 정점에 선 인물의 말이라는 점에서 가볍지 않다.
정리하면 이렇다. ‘투기화’는 사실이다. 하지만 ‘붕괴’는 아직 근거가 약하다. 지금 시장은 도박의 후유증을 앓고 있지, 시스템이 무너진 게 아니다.
개인은 어떻게 해야 하나
그렇다면 개인 투자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세 가지가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우선 ‘공포에 팔지 말라’고 조언한다.
증권가는 대체로 추격 매도를 경계한다. 급락의 상당 부분이 악재를 이미 반영했다는 진단이다. 과거 사례를 봐도, 시스템 위기가 아닌 급락장에서 공포에 던진 매도는 대개 반등을 놓치는 결과로 이어졌다.
‘레버리지의 구조를 이해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음의 복리, 반대매매, 90% 손실 구간. 이건 의견이 아니라 상품의 구조다. 레버리지는 오를 때 두 배로 벌지만, 횡보와 하락에선 원금을 갉아먹는다. 외국인과 기관은 헤지로 빠져나가고, 개인만 남아 물린다. 규제가 진입장벽을 3000만원으로 올린 이유가 여기 있다.
마지막으로 도박과 투자를 구분하라.
버핏의 말은 낡았지만 유효하다. 인간은 도박을 너무 좋아해서, 투자자를 키우기보다 도박꾼을 키우는 게 더 돈이 된다는 것이다. 브로커리지 앱도, 옵션 플랫폼도, 레버리지 ETF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더 많이 거래할수록 그들이 번다. 그들은 투자자가 아니라 ‘거래자’를 원한다.
변동성은 낮아질 수 있다. 규제가 레버리지를 줄이고, 실적 시즌이 지나면 시장은 진정될 것이다. 다음 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빅테크 실적, SK하이닉스 실적이 방향을 가를 분기점이다.
하지만 도박의 유혹은 사라지지 않는다. 시장은 언제나 두 배로 벌 수 있는 도구를 내민다. 그 도구를 투자자로 쥘지, 도박꾼으로 쥘지는 결국 개인의 선택이다.
한국 증시는 지금 그 선택을 시험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