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ADB·한은 2.6% 수렴에 글로벌 IB는 3~4%
반도체 초호황이 견인…물가상승, 반도체 편중은 해결과제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쉼 없이 오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잇달아 올해 전망치를 1.9%에서 2.6%로 끌어올렸고, 한국은행도 5월 같은 숫자를 내놨다. 시장의 눈높이는 더 높다.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의 평균 전망치는 이미 3.0%, 일부는 4.0%까지 본다. 반도체 초호황이 만든 풍경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9일 몽골 국빈방문 중 엑스(X)에 “성장의 과실이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모두의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오른 성장률 뒤에는 함께 오른 물가와 ‘체감의 벽’이 그늘로 남는다.
◇ 2.6%에서 3%, 4%까지…계속 오르는 눈높이
공식 기관들의 전망치가 먼저 한 숫자로 모였다. IMF는 8일(현지시간) 세계 성장률(3.0%)은 4월보다 0.1%포인트 낮추면서 한국만 홀로 0.7%포인트 올렸다. ADB도 9일 ‘아시아경제전망’에서 같은 폭(0.7%포인트)을 반영해 2.6%로 제시했다(재정경제부 인용). 앞서 한은은 5월 2.6%를 내놨다. 시장은 한발 더 나갔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골드만삭스·JP모건·씨티 등 글로벌 IB 8곳의 평균 전망치는 3.0%로, 한 달 새 0.2%포인트 올랐다. JP모건은 3.0%에서 3.7%로, 씨티는 3.5%로 높였고, 캐피털이코노믹스와 ING은행은 4.0%까지 제시했다. 신현송 한은 총재도 지난달 19일 “연간 전망치는 기계적으로라도 2.6%에서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 첫 월간 수출 1000억달러, 반도체가 이끌었다
근거는 뚜렷하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하드웨어 수출이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1022억5000만달러로 월간 기준 사상 처음 1000억달러를 넘었다. 이 중 반도체가 448억2000만달러로 3개월 연속 역대 최대를 새로 썼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고부가 메모리) 등 첨단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결과다. ADB도 1분기의 예상 밖 성장세와 AI 수요를 상향 요인으로 꼽으며 “반도체 호조가 에너지·공급망 하방 압력을 상쇄할 것”으로 봤다. 한은이 집계한 1분기 실질 GDP 성장률 잠정치(1.8%)도 속보치(1.7%)를 웃돌았다.
◇ 성장률 뒤의 그림자…물가·체감·편중
낙관만 하긴 이르다. 오른 것은 성장률만이 아니다. ADB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을 반영해 2.3%에서 2.7%로 0.4%포인트 높였다. 성장의 온기가 물가에 갉아먹히면 국민 체감은 더디다. 게다가 반도체는 고용 유발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은 자본집약 산업이다. 수출 호황이 일자리와 내수로 번지는 데 시차와 한계가 있다. 이 대통령도 “아직 국민이 체감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고 인정했다. 무엇보다 이번 성장은 ‘반도체 한 품목’에 크게 기대고 있다. 뒤집으면 그만큼 취약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 남은 변수와 정부의 시험대
관건은 지속성이다. ADB는 장기적 에너지 공급 차질, 미국의 관세 재부과, 주식 조정장 진입을 하방 위험으로 짚었다. 내년 전망에선 시각이 갈린다. ADB는 2.0%로 소폭(0.1%포인트) 올리는 데 그친 반면, IMF는 2.5%로 더 높게 봤다. 반도체發 성장세가 얼마나 이어질지 이견이 있는 셈이다. 정부는 다음 주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수정 전망치를 공개할 예정이다. 결국 과제는 반도체가 벌어들인 과실을 내수·고용·물가 안정으로 확산시킬 수 있느냐로 모인다.
세 기관이 입을 모으고, 시장은 더 높은 숫자를 부른다. 그러나 오른 성장률이 오른 물가를 넘어 국민의 지갑에 닿지 못하면 ‘모두의 성장’은 구호에 그친다. 지표와 체감의 거리를 좁히는 일, 그것이 하반기 경제정책의 진짜 시험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