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 선진지수 또 불발…발목 잡은 원화

원화 역외 실물인도 불가·야간 외환 유동성 부족이 재차 발목
“개혁 지속하면 편입”…증권가는 2027년 재등재 기대

한국 증시가 또 문턱에서 멈췄다.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는 23일(현지시간) 2026년 연례 시장분류 결과를 내놨다.

한국은 선진국(DM) 지수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관찰대상국은 선진지수 편입을 향한 첫 관문, 일종의 ‘대기실’이다. 그 입장조차 또 미뤄졌다. 발목을 잡은 건 이번에도 원화다. MSCI는 원화가 역외에서 실물로 오갈 수 없는 통화라는 점을 지적했다.

◇ 16년을 맴돈 도전, 핵심은 원화

한국과 MSCI의 인연은 길다. 1992년 신흥국(EM) 지수에 편입됐다. 16년 뒤인 2008년 처음으로 선진지수 관찰대상국에 올랐다. 그러나 승격은 번번이 막혔다.

2014년에는 관찰대상국 명단에서마저 빠졌다.정부는 다시 속도를 냈다. 올해 1월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로드맵’을 발표했다(재정경제부).

외환시장 선진화, 공매도 규제 합리화 등 8대 분야 과제를 담았다. 2025년 기준 미흡 평가를 받은 6개 항목을 정조준했다.

걸림돌의 핵심은 원화 환전이다. 원화는 역외 시장에서 실물 인도가 안 된다. 차액만 달러로 정산하는 NDF(역외차액결제선물환) 위주로 거래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유지해온 외환 방어 체제의 그늘이다.

◇ MSCI가 인정한 것, 그래도 막은 것

이번 평가는 두 갈래였다. 인정과 보류가 공존했다.정부가 야간 외환거래 시간을 연장한건 인정받았다. 역외 외국 금융기관의 원화 직거래를 튼 것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를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외환제도 틀의 근본 개혁”이라고 했다.

공매도 평가도 2025년 3월 전면 재개 뒤 ‘미흡’에서 ‘보통’으로 올랐다.

그러나 MSCI는 ‘시간’을 문제 삼았다. 야간 외환시장은 열렸지만 유동성이 얕다고 봤다. 재개된 공매도의 강화된 시장감시 규정이 외국인에게 부담이라고 평가했다.

6월 19일 시장 접근성 리뷰에선 외환 자유화·계좌 개설·정보 흐름·청산결제·증권 이동성 5개 항목이 미흡으로 분류됐다.

MSCI의 원칙은 단호하다. 문제가 모두 풀리고, 개혁이 완전히 시행되고, 시장이 그 효과를 체감할 시간이 쌓여야 재분류 협의를 시작한다.

◇ 편입은 호재인가, 양날의 검인가

편입이 마냥 축포일까. 셈법은 단순하지 않다.기대 효과는 크다. NH투자증권 김규진 연구원은 워치리스트 등재 단계에서 패시브(지수 추종) 자금 약 292억달러(약 44조원)가 들어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실제 편입 시 외국인 자금 순유입을 최대 360억달러(약 55조원)로 추정했다. 저평가된 한국 기업 주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풀 명분도 생긴다.

반전은 여기서 시작된다. 한국은 지금 신흥국 지수에서 대만과 함께 2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한다. 선진국 지수로 옮기면 비중은 약 4%로 쪼그라든다.

편입이 가시화되는 순간 신흥국 추종 자금부터 빠진다. 김 연구원은 2028년 편입 발표 시점에 약 52억달러(약 8조원) 유출을 우려했다. 중소형주는 지수에서 빠지고, 대형주 쏠림은 더 심해진다.

공교롭게도 그 쏠림은 이미 시장의 뇌관이다. MSCI 발표 직전 코스피는 하루 만에 911포인트(9.99%) 급락했다. 반도체·AI 대형주에 수급이 몰린 것이 낙폭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 다음 관문은 2027년

정부는 낙담하지 않았다. 재정경제부와 금융위원회는 24일 입장문을 냈다. “우리 필요와 일정에 따라 개혁을 꾸준히 추진하면 선진지수에 자연스럽게 편입될 것”이라고 했다.

해외 주요 투자자와의 정례 소통 채널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증권가도 기회를 본다. 유안타증권 이재원 연구원은 역외 외환시장 성과가 반영될 2027년 평가에서 재등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시간이 변수다. 최지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제도가 시장에 완전히 뿌리내려야 확률이 올라간다고 분석했다.

증권가는 이르면 2027년 관찰대상국, 2028년 편입 발표, 2029년 실제 편입을 예상한다.관건은 다시 원화다. 역외에서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통화, 즉 완전 태환성과 파생상품 시장 접근까지 열려야 MSCI의 ‘시간’ 조건이 채워진다.

MSCI 편입은 목표가 아니라 결과다. 자본시장이 국제 기준에 맞게 정상화되면 따라오는 훈장이다. 문은 열렸다. 통과는 별개다. 한국 증시는 대기실 앞에서 다시 1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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