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PPI 예상 밖 하락…CPI도 둔화 확인
시장, 첫 금리인상 시점 12월 이후로 후퇴
6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 기업이 판매하는 상품·서비스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표로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로 통한다)가 전월 대비 0.3% 하락했다. 시장 예상치는 보합이었다. 이란과 무력 충돌이 석 달째 이어지는 와중에도 미국 물가는 오히려 진정됐다. 15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이 소식에 이틀 연속 올랐다. S&P500지수는 전장보다 0.38% 오른 7572.40, 나스닥종합지수는 0.62% 상승한 2만6269.23으로 마감했다. 전날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어 PPI까지 예상을 밑돌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7월엔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렸다.
◇ 전쟁 중에도 물가는 왜 안정됐나
물가 안정 배경에는 이란 확전에도 원유 공급 차질이 아직 제한적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달 들어 사흘 연속 이란을 공습했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봉쇄하겠다고 맞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를 지나는 선박에 화물가액의 20%를 통행료로 물리겠다고까지 밝혔다. 그럼에도 6월 근원 P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4.7%로 시장 전망을 하회했다. 제이미 콕스 해리스파이낸셜그룹 매니징파트너는 “2026년 인플레이션 재상승은 지난달 정점을 찍고 중동 분쟁 이전 둔화 추세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준이 이날 함께 공개한 경기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에서도 미국 경제가 최근 몇 주간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갔다고 진단했다. 대부분 지역에서 고용은 큰 변화가 없었고 물가도 전반적으로 완만하게 올랐다는 평가다. 다만 일부 기업은 중동 분쟁과 관세를 비용 상승 요인으로 지목했다.
◇ 유가 충격, 왜 아직 물가 못 흔드나
에너지 가격이 물가 전반으로 번지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로 풀이된다. 첫째, 호르무즈 봉쇄가 원유 수송을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선박 추적업체 케플러는 지난 주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확인된 선박 수가 전주 대비 절반 이상 감소한 19척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대부분 선박이 이란 승인 항로나 우회 경로로 통행을 이어간 것으로, 완전 봉쇄가 아니라 통제된 흐름이었다는 뜻이다. 둘째, 유가 상승분이 소비재 가격으로 전가되기까지는 통상 수개월이 걸린다. 지금 물가에는 아직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데이비드 러셀 트레이드스테이션 글로벌 시장전략 책임자는 “6월에는 에너지 가격이 물가를 안정시켰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조속히 정상화되지 않으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멜리사 브라운 심코프 글로벌 투자 의사결정 리서치 책임자도 연준의 물가 목표 2%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며 추가 인상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라고 짚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으며 앞으로 몇 분기에 걸쳐 점진적으로 둔화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지만, 시장 참가자들의 판단은 아직 엇갈린다.
◇ 반도체는 팔고 빅테크는 산다
업종별 반응은 엇갈렸다. 아마존(3%)과 마이크로소프트(2.8%), 알파벳(3.2%), 애플(4%)이 오르며 지수 상승을 이끈 반면 마이크론은 8% 급락했다. 램리서치(-3.1%), 인텔(-4.4%), AMD(-3.5%)도 내렸고 반도체 ETF SMH는 1.6% 하락했다. 금리 동결 기대가 커지자 그동안 실적 기대감에 급등했던 반도체주에서 차익을 실현하고,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대형 플랫폼 기업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순환매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국채 가격도 함께 올랐고 달러화는 약세를 나타냈다. 금리 동결 기대가 커질수록 채권 수요가 늘고 달러 매력은 떨어지는 통상적 흐름이다.
◇ 오늘 한은 금통위, 셈법 복잡해졌다
이날 지표는 한국은행에도 직접적인 변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7월 16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며, 기준금리는 현재 2.50%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국제유가 상승과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물가 압력을 근거로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높게 봐 왔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향후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앞선 회의에서 밝혔다. 다만 이날 미국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낮게 나온 만큼, 한은도 인상 속도와 폭을 놓고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 미국이 동결로 기울면 한미 금리차 부담이 다소 줄어들기 때문이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이날 상원 청문회에서 “대통령이 연준 정책에 개입하려 해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독립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 속에 지난 5월 취임한 워시 의장이 물가와 정치적 압력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앞으로 국내 통화정책 경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물가 진정은 확인됐지만 호르무즈 리스크는 사라지지 않았다. 유가가 다시 뛰면 이번 안도감도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 관건은 이란 확전이 얼마나 더 이어지느냐다. 오늘 한은의 선택도 이 불확실성 위에서 내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