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흔든 유가·금리·전쟁 삼중 악재

-이란 미군기지 타격 발표…유가·국채금리 동반 상승
-호르무즈 긴장과 종전 협상 향방이 앞으로 증시 방향 결정

전쟁을 4주 가까이 외면하던 뉴욕증시가 하루 만에 흔들렸다. 9거래일 연속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이 3일(현지시간) 동반 하락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21% 내린 5만687.07에 마감했다. S&P500은 0.74%, 나스닥은 0.89% 떨어졌다. 시장을 끌어올리던 인공지능(AI) 낙관론이 지정학 리스크에 처음으로 길을 내준 순간이다. 무엇이 분위기를 바꿨나.

◇ 안전판이던 종전 협상이 무너졌다

시장은 지난 2월 이후 이어진 미·이란 무력충돌을 오래 무시해 왔다. 유가가 올라도 AI 랠리가 충격을 삼켰다. 안전판은 종전 협상이었다. 협상이 이어지는 한 사태가 통제된다고 본 것이다.

그 안전판에 금이 갔다. 지난달 30~31일 종전안 협상이 교착에 빠졌고, 2일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쿠웨이트의 미 공군기지와 바레인의 미 해군 제5함대 기지를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란 공격을 모두 막아냈다며, 쿠웨이트로 향한 미사일은 사거리에 못 미쳐 공중 분해됐고 바레인행 미사일은 요격됐다고 밝혔다. 타격 성공 여부와 별개로, 협상 결렬과 직접 충돌이라는 신호 자체가 시장에 공포를 불렀다.

◇ 유가→금리→주가, 3단계 전이 경로

이번 하락은 한 변수가 세 단계를 거쳐 증시를 누른 결과다. 출발점은 유가다. 이날 브렌트유는 1.9% 오른 배럴당 97.81달러,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4% 오른 96.02달러에 거래됐다. 중동산 원유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위협받으면 공급 차질 우려가 가격을 밀어 올린다.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으로 번진다. 물가가 다시 오르면 금리도 따라 오른다. 실제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4.49%, 30년물은 4.99%까지 상승했다.

금리가 오르면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할인율이 높아져 주식 밸류에이션(주가 적정성 평가)이 깎인다. 유가라는 한 변수가 채권과 주식을 동시에 끌어내렸다.

◇ 강한 고용이 오히려 악재가 됐다

고용 지표도 하락을 거들었다. 미 고용정보업체 ADP는 5월 민간 고용이 12만2000명 늘었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 11만7000명을 웃돈 수치다. 평소라면 호재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고용이 탄탄하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굳이 금리를 내릴 이유가 줄어든다. 여기에 전쟁발 유가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면 인하 여지는 더 좁아진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기준 12월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한 달 전보다 9.1%포인트 오른 41.1%로 뛰었다. 금리 인하를 기대하던 투자자에게 ‘인상 가능성 확대’는 분명한 부담이다.

◇ 빅테크는 빠졌는데 반도체는 올랐다

흥미로운 대목은 따로 있다. 같은 하락장에서 AI 반도체주는 강세였다. 엔비디아(-3.65%)와 마이크로소프트(-3.20%) 등 빅테크는 무너졌지만, 메타(4.20%)·AMD(4.02%)·인텔(4.43%)·퀄컴(3.81%)·샌디스크(6.71%)는 올랐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도 1.39% 상승했다. 시장 전체가 위험을 피하는 와중에도 AI 투자 사이클에 대한 기대만은 살아남았다.

빅테크와 반도체가 따로 움직이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다. 지정학 충격이 AI 랠리를 흔들었지만 그 뿌리까지 뽑지는 못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 4.5%와 5.0%, 그리고 협상 테이블

앞으로 세 가지를 봐야 한다. 첫째는 유가다.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더 고조되면 유가가 추가로 뛰고 인플레이션과 금리 부담도 커진다. 둘째는 국채 금리다. 10년물 4.5%, 30년물 5.0%는 시장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기는 지점이다. 이 선을 뚫으면 위험자산 이탈이 빨라질 수 있다.

셋째는 협상 재개 여부다. 미·이란이 다시 테이블에 앉으면 유가가 안정되고 위험 선호가 돌아올 여지가 있다. 반대로 충돌이 길어지면 ‘AI 낙관론 대 지정학 리스크’ 구도에서 후자의 무게가 커진다.

다만 이 모두 조건부 전망이다. 변수의 방향이 바뀌면 결과도 달라진다.시장은 오랫동안 전쟁을 외면했다. 그 외면을 떠받친 건 종전 협상이라는 가정이었다. 가정이 흔들리자 하루 만에 균열이 드러났다.

지금 시장이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AI 낙관론은 전쟁을 얼마나 더 견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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