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7000원 좌석이 10만원…암표는 왜 죽지 않나

오디세이 ‘용아맥’ 대란이 드러낸 가격의 빈틈…다시 보는 ‘암표의 경제학’

9869원. 지난해 한국 관객 1명이 영화 한 편에 실제로 낸 돈이다.

10만원. 지금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팔리는 영화표 한 장 값이다.

같은 시장, 같은 해에 벌어진 일이다. 8월 5일 개봉하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디세이’ 얘기다. CGV 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 이른바 ‘용아맥’ 좌석이 표적이 됐다. 정가는 1만7000~2만1000원. 웃돈은 5배가 붙었다. 한 판매자는 1회차에 10장 넘는 표를 내놨다. 개인 양도로 보기 어려운 물량이다.

암표와 관련한 다양한 논란이 있다. 경제학적으로 풀면 어쩔 수 없다는 현상이라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해결책은 사회, 문화적 차원에서 찾아야지 경제적으로 풀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근본적 질문 하나. 왜 영화값은 늘 정부가 정해준 가이드라인 안에만 머물러야 하나.

다른 산업에선 수요가 늘면 가격을 올리고, 수요가 줄면 가격을 내린다. 영화는 왜 수요가 줄어도 1만5000원(일반관 기준)이고, 수요가 폭발해도 1만5000원이어야 한다고 믿게 된 걸까.


관객은 줄었는데 웃돈은 붙었다

지난해 한국 극장 매출은 1조470억원. 관객은 1억609만명. 전년보다 각각 12.4%, 13.8% 줄었다. 1인당 연간 관람 횟수는 2.40회에서 2.08회로 떨어졌다. 팬데믹을 빼면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천만 영화’가 없었다.

그런데 같은 해 특수상영 매출은 1110억원. 46.3% 급증했다. 아이맥스·4DX 같은 프리미엄 상영관 얘기다. 관객은 극장에 덜 갔다. 대신 갈 때는 비싼 관을 골랐다.

미국은 더 극적이다. ‘오디세이’는 개봉 주말 북미에서 1억2450만달러, 전 세계 2억6410만달러를 벌었다. 놀런 감독 작품 중 역대 최고 오프닝이다. 전편을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로 찍은 첫 상업영화라는 점이 화제를 키웠다. 원본 그대로 상영할 수 있는 아이맥스 70㎜ 극장은 전 세계 40여 곳뿐이다. 뉴욕에는 단 한 곳. 35달러짜리 표가 1000달러 넘는 값에 되팔렸다. 암표거래다.

상황이 심각해 지자 런던 BFI 아이맥스는 추가분을 풀었다. 30분 만에 매진됐다. 암표는 횡행했다. 수요는 폭발했고, 공급은 스크린 숫자에 묶였다. 가격만 그대로였다. 왜 한국은 물론 외국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극장은 왜 값을 올리지 않나

경제학에서 이 현상에는 이름을 붙였다. ‘일률가격제의 수수께끼(Uniform Pricing Puzzle)’다. 흥행작이든 망작이든, 성수기든 비수기든 같은 상영관 표를 같은 값에 파는 관행이다. 다른 산업이라면 상상하기 어렵다. 항공권은 좌석마다 값이 다르고, 호텔은 주말에 두 배를 받는다.

리란 에이나브와 바락 오르바흐의 연구는 그 답을 극장의 수익 구조에서 찾는다.

극장 이익의 큰 몫은 표가 아니라 팝콘과 음료에서 나온다. 표값을 올리면 관객이 줄고, 관객이 줄면 팝콘이 안 팔린다. 그래서 표는 싸게, 사람은 많이. 매점 수익이 표값을 떠받치는 교차보조 구조다.

제도도 한몫했다. 1948년 미국 대법원의 파라마운트 판결 이후, 정부는 배급사가 상영관 가격을 좌우하는 행위를 엄격히 막았다. 작품별로 값을 달리 매길 통로 자체가 좁아졌다.

현실적인 계산도 있다. 값을 자주 바꾸려면 시스템을 고치고 안내도 다시 해야 한다. 경제학은 이 비용을 메뉴 비용(Menu Cost)이라 부른다. 바꿔서 버는 돈보다 바꾸는 데 드는 돈이 클 때가 많다.

정작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행동경제학이 말하는 ‘공정성 제약(Fairness Constraint)’이다. 대니얼 카너먼, 잭 네치, 리처드 세일러는 소비자가 가격에 ‘기준 권리’를 갖는다고 봤다. 평소 2만원이던 표를 수요가 몰린다는 이유로 10만원에 팔면, 소비자는 그것을 시장 원리가 아니라 폭리로 읽는다. 극장이 암표상만큼 값을 올리지 못하는 이유다. 단기 이익보다 브랜드 신뢰의 손실이 크다.

정리하면 이렇다. 극장은 값을 못 올리는 게 아니라, 올리지 않는 쪽을 택했다. 그 결과 좌석 위에 임자 없는 돈이 쌓였다.


그 돈의 이름은 ‘소비자잉여’

경제학은 그 돈을 ‘소비자잉여(Consumer Surplus)’라고 부른다. 최대로 낼 용의가 있는 금액과 실제 지불액의 차이다. 10만원까지 낼 마음이 있던 관객이 1만7000원에 표를 샀다면, 8만3000원의 잉여가 생긴다.

암표상은 그 8만3000원을 노린다. 매크로 프로그램(반복 입력으로 표를 대량 확보하는 자동화 프로그램)으로 예매창을 먼저 털고, 절박한 사람을 찾아 되판다. 판매자가 하지 않은 가격차별을 제3자가 대행하고 수수료를 챙기는 구조다.

문화체육관광부 추산으로 국내 공연 티켓은 정가의 약 1.81배, 프로스포츠 티켓은 약 2.56배에 거래된다. 지난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는 정가 1만5000원 외야석이 30만~50만원, 10만원대 내야석이 최고 999만원까지 치솟았다.

시장은 비어 있는 가격을 그냥 두지 않는다.


“암표는 효율적”이라는 주장의 절반은 틀렸다

여기서 익숙한 반론이 나온다. 표가 더 간절한 사람에게 가니 사회 전체로는 이득 아니냐는 얘기다. 교과서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필립 레슬리와 앨런 소렌센의 미국경제연구소(NBER) 논문 ‘티켓 재판매의 후생효과’는 이 주장을 실증으로 검증했다. 록 콘서트 56회의 1차·2차 시장 거래 자료를 붙여 구조모형으로 분석했다.

결과는 절반의 승리였다. 재판매는 분명 배분 효율을 높였다. 그런데 그 이득의 절반이 사라졌다. 남들보다 먼저 도착하려는 경쟁, 즉 ‘선착순 게임’에 들어간 노력 비용과 2차 시장 거래비용이 이득을 갉아먹었다. 관측된 재판매가 총잉여를 늘린 폭은 0.5%에 그쳤다.

같은 논문의 다른 계산이 더 중요하다. 마찰 없는 재판매가 가능하다면 순사회잉여는 11% 가까이 늘어난다. 문제는 재판매 자체가 아니다. 선점 경쟁과 거래 마찰이 문제다.

매크로는 이 낭비의 상징이다. 암표상 A가 매크로를 쓰면 B도 써야 한다. 둘 다 쓰면 성공률은 원래대로 돌아간다. 남는 건 프로그램 개발비뿐이다. 죄수의 딜레마다. 사회의 자원이 좌석을 늘리는 데 쓰이지 않고, 좌석을 먼저 낚아채는 기술에 쓰인다.


그래도 사람들이 화를 내는 이유

효율 계산과 별개로, 대중은 암표를 혐오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앨빈 로스는 이런 거래를 ‘혐오 거래(Repugnant Transaction)’로 분류했다. 장기 매매, 대리모처럼 돈으로 거래할 기술적 방법은 있지만 사회가 거부하는 영역이다. 로스는 암표를 그 사례로 직접 들었다.

공연과 스포츠, 영화는 ‘가장 많이 낸 사람이 갖는 재화’가 아니라 ‘누구나 줄을 서면 닿을 수 있는 문화’로 여겨진다. 이 규범이 무너질 때 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손해가 아니라 배신이다.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설문에서 응답자 83%가 온라인 암표 처벌 강화에 찬성한 배경이다.

역설도 있다. 포춘코리아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한 19~39세 조사에서 응답자 약 72%가 예매 실패 후 2차 티켓 구매를 고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실제 구매자 사이에서는 재구매 의향과 만족도가 그렇지 않다는 응답보다 높았다. 암표를 욕하는 사람과 암표를 사는 사람이 겹친다.

이 모순이 정책을 어렵게 만든다.


한국의 진짜 구멍은 처벌 수위가 아니다

한국은 처벌을 세게 가는 쪽을 택했다. 공연법·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올해 1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2월 28일 공포됐다. 이달 28일 시행된다. 매크로 사용 여부와 무관하게 부정 구매·판매를 금지하고, 판매금액의 최대 50배까지 과징금을 매긴다. 부당이익은 몰수·추징한다. 신고포상금도 도입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국무회의에서 “형사 사건으로 가져가면 시간과 인력 소모가 크다”며 과징금 상향을 주문했다. 형벌 대신 돈으로 때리겠다는 설계다.

방향은 맞다. 그런데 한국 암표 정책의 실패는 수위가 낮아서가 아니었다.

2020년 문을 연 온라인암표신고센터는 지난해 10월까지 신고·모니터링 48만1227건을 접수했다. 수사기관 이첩은 0건이었다. 기소도, 처벌도 없었다. 좌석번호가 없으면 구매자를 특정할 수 없고,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자료 이첩도 막혔다. 예산 6억원이 들어간 창구가 사실상 경고문 발송기로 돌아갔다.

프로스포츠 암표 신고는 2020년 3627건에서 2025년 4만1239건으로 11배 넘게 늘었다. 그중 유효 신고는 2585건, 6.3%에 그쳤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자체 모니터링이 잡아낸 프로야구 암표 의심 건수는 26만2381건이었다. 적발과 처벌 사이의 거리가 그만큼 멀다.

문체부는 지난 6월 온라인 암표상 15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판매 100건 이상, 추정 금액 500만원 이상인 계정들이다. 집행 의지는 확인됐다. 남은 건 집행 능력이다.

그리고 영화는 이 법의 바깥에 있다.


영화만 남은 사각지대

공연법은 음악·연극·무용 등 공연예술에 적용된다. 국민체육진흥법은 프로스포츠다. 영화 관람권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소관이다. 이 법에는 암표 조항이 없다.

오프라인 암표는 경범죄처벌법으로 다룰 수 있다. 벌금 20만원 이하다. 온라인은 근거가 흐릿하다. 극장이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고발해야 하는데, 실효성이 떨어진다. 지금 CGV가 할 수 있는 조치는 상시 모니터링과 계정 이용 제한 수준이다.

2024년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의원 등 10인이 판매 자격 없는 자의 정가 초과 판매·알선을 금지하는 영화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문체부는 검토보고서에서 취지에 동의하면서도 오프라인은 경범죄처벌법이 이미 금지하니 온라인 부정판매만 금지하는 쪽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영화 암표를 가볍게 보는 시각도 있다. 공연이나 경기와 달리 영화는 같은 작품을 여러 번 상영하니 초과수요가 오래가지 않는다는 논리다. 그러나 특별관은 다르다. 2018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아이맥스 3D 표가 11만원, 2022년 ‘아바타: 물의 길’, 2024년 ‘듄: 파트2’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 좌석 수는 고정인데 수요가 특정 관으로 쏠린다. 구조가 같으면 결과도 같다.


영국과 미국이 먼저 부딪힌 벽

해외도 답을 찾지 못했다. 다만 부딪히는 벽의 모양이 서로 다르다.

영국은 값에 뚜껑을 씌우는 쪽으로 갔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라이브 이벤트 표를 액면가 이상으로 되파는 행위를 불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액면가는 원래 표값에 불가피한 수수료를 더한 금액으로 정의했다. 재판매 플랫폼 수수료도 제한하고, 감시 의무를 플랫폼에 지운다. 경쟁시장청(CMA)은 재판매 표가 정가보다 50% 넘게 비싸게 팔린다는 분석을 내놨다. 소비자 1인당 평균 37파운드를 아낄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다만 속도는 느리다. 5월 13일 국왕 연설에서 법안은 ‘초안(draft)’ 형태로만 예고됐다. 실제 입법은 2027~28 회기로 밀릴 전망이다. 상한제가 거래를 음지로 밀어낼 뿐이라는 반론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영국이 2차 시장 밖에서 얻어낸 성과는 오히려 뚜렷하다. CMA는 오아시스 재결합 공연 티켓 판매를 조사해 지난해 9월 티켓마스터로부터 구속력 있는 약정을 받아냈다. 등급별 요금을 쓰려면 최소 24시간 전에 알리고, 대기열 진입 시 전체 가격 범위를 제시하며, 추가 혜택이 없는 좌석에 ‘플래티넘’ 같은 오인 라벨을 붙이지 않기로 했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수요에 따라 값을 실시간 조정하는 방식) 자체가 아니라 불투명성이 문제라는 판단이다.

미국은 아예 표를 파는 쪽을 겨눴다.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해 9월 라이브네이션·티켓마스터를 제소했다. 브로커가 구매 한도를 우회하는 것을 알고도 방치했다는 혐의다. FTC는 브로커 5곳이 티켓마스터 계정 6345개로 2594개 공연의 표 24만6407장을 확보했다고 봤다. 티켓마스터가 2019~2024년 재판매에서 거둔 수수료는 37억달러로 집계됐다. 한 임원은 내부 이메일에서 “정책적으로 눈감아준다”고 적었다. 2021년에는 제3자 신원확인 도입을 검토했다가 “너무 효과적”이라는 이유로 접었다.

여기서 이 사안의 가장 불편한 반전이 나온다. 암표의 최대 수혜자가 암표상이 아닐 수 있다. 표를 판 쪽이 되파는 쪽에서도 수수료를 걷는다. 라이브네이션은 혐의를 부인하고 올해 1월 소송 각하를 신청했다.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암표는 인간의 탐욕이 만든 현상이 아니다. 수요가 몰리면 가격이 오른다는 기본적인 가격 결정 매커니즘을 적용하지 않을 때, 생기는 필연적인 현상이다. 역사가 증명하듯 단속만으로 이 현상을 없애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손을 대야 할 곳은 신고 창구가 아니라 예매창이다. 처벌 조항보다 신원확인 기술이 먼저다. FTC 문건이 보여주듯 효과적인 수단은 이미 존재한다. 도입하지 않을 뿐이다. 플랫폼에 부정 유통 방지 의무를 지운 이번 개정안이 실제로 작동하려면, 신고센터가 수사기관으로 자료를 넘길 통로부터 열려야 한다.

선점을 막았다면 남는 표는 흐르게 해야 한다. 취소표와 미사용표는 계속 나온다. 갑자기 못 가게 된 사람, 부모 생신에 맞춰 표를 구하려는 사람은 범죄자가 아니다. 정가의 100~110% 같은 상한을 걸고 실명 기반 양도 창구를 열면, 투기 유인은 줄고 유동성은 남는다. 레슬리·소렌센이 계산한 ‘마찰 없는 재판매’의 11%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결국 근본은 1차 시장이다. 좌석 시야, 스크린 규격, 요일과 시간대에 따라 값을 달리 매기면 된다. 조건은 하나다. 사전에, 투명하게. 영국 CMA가 티켓마스터에서 받아낸 약정이 그 기준선이다. 극장이 걷지 못한 웃돈을 암표상이 걷는 구조보다는, 극장이 미리 공지하고 걷는 편이 낫다. 그 돈이 스크린과 상영관에 재투자될 여지도 생긴다. 그래야, 수요가 작은 영화는 티켓값을 과감히 내릴 수도 있다.

‘오디세이’는 개봉일 첫 두 회차가 예매 시작과 함께 매진됐다. 오디세우스는 10년을 헤매고 이타카에 닿았다. 한국의 암표 논의는 20년째 같은 자리에서 단속과 처벌만 반복하고 있다.

값을 매기지 못한 자리에는 반드시 누군가 값을 매긴다. 그 누군가를 정하는 일이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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