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나스닥 첫날 ’35만원 프리미엄’

공모가 149달러·265억달러 조달…알리바바 넘은 최대 외국기업 IPO

마이크론 대비 저평가 재평가 기대…원주 반영은 실적·환율이 관건

한국에서 218만원. 미국에서 253만원. 같은 회사 주식이다.SK하이닉스가 10일(현지시간) 나스닥에 데뷔했다.

미국주식예탁증서(ADR)는 공모가 149달러보다 13.08% 오른 168.49달러에 첫날을 마쳤다. ADR 1주는 원·달러 1500원 기준 약 25만원. 다만 ADR 10주가 보통주 1주여서, 보통주로 환산하면 약 253만원이다. 유가증권시장 종가 218만원보다 35만원, 15.9% 비싸다.

숫자만 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가 걷힌 듯하다. 정말 그럴까.

◇ 알리바바 넘은 역대 최대 외국기업 IPO

이번 상장은 규모부터 이례적이다. SK하이닉스는 ADR 1억7790만주를 주당 149달러에 발행해 265억달러(약 40조원)를 조달했다.

2014년 알리바바가 뉴욕증시에서 세운 약 250억달러 기록을 넘었다. 외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 중 최대 규모다.

수요도 몰렸다. 청약은 예정 물량의 7배를 넘겼다. 공모가는 국내 주가 환산값보다 높게 정해졌다. 해외 상장 때 흔한 ‘할인 발행’ 관행을 깬 프리미엄 가격이다.

미국 투자자가 달러로 SK하이닉스를 직접 사고팔게 됐다. 조달한 40조원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청주 팹 등 HBM(고대역폭메모리) 증설에 투입된다.

SK그룹은 용인 D램에 약 600조원, 청주 낸드에 약 100조원 투자를 예고했다(최태원 SK그룹 회장). 이번 조달은 그 실탄이다.

◇ 왜 첫날부터 웃돈이 붙었나

첫날 프리미엄엔 이유가 있다.첫째, 희소성이다. 이번 공모 물량은 전체 발행주식의 2.5%에 그친다. 7배 초과 청약이 몰린 물량치고는 얇다. 살 사람은 많고 물건은 적었다.

둘째, ‘AI 메모리 순수주’라는 지위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핵심 HBM 공급사다. 미국 투자자가 AI 메모리에 직접 베팅할 대표 종목이 나스닥에 생겼다.셋째, 저평가 인식이다.

SK하이닉스의 2026년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은 약 7.4배다. 마이크론은 약 9.4배다(인베스팅닷컴).

HBM 1위가 3위 업체보다 싸게 평가받아 왔다. HSBC는 “지난 13년간 마이크론이 SK하이닉스보다 평균 35%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아왔다”고 분석했다.

◇ 프리미엄이 곧 디스카운트 해소는 아니야

그런데 한 발 물러설 필요가 있다.주가가 오른 것과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줄어든 것은 다르다.

이토로의 자비에르 웡 애널리스트는 “올해 마이크론은 약 250%, SK하이닉스는 약 240% 올랐지만 두 회사 가치 격차는 거의 좁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함께 올랐을 뿐, 격차는 그대로다.이유는 가격 결정 구조에 있다. 나스닥 ADR과 서울 원주는 별개 시장에서 값이 매겨진다.

미국에서 웃돈이 붙어도 서울 원주가 자동으로 같은 값이 되진 않는다. 두 가격 괴리는 실적·환율·투자심리에 따라 벌어지거나 좁혀진다.선반영 부담도 있다. SK하이닉스 원주는 최근 1년 약 650% 올랐다(인베스팅닷컴).

상장 기대가 이미 상당폭 반영돼 추가 재평가 여지가 좁다는 반론이 나온다. 신주 1779만주 발행에 따른 2.5% 지분 희석도 부담이다.

◇ HBM 초격차, 얼마나 오래가나

재평가의 뿌리는 HBM 주도권이다. 여기엔 낙관과 경계가 엇갈린다.최태원 회장은 CNBC 인터뷰에서 “AI 시대 메모리 수요는 과거와 다르다”며 고점 우려를 반박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사이클이 아직 초기 국면이며 공급 병목이 2027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물론 반론도 있다. 일부 시장 전문가는 SK하이닉스의 HBM 점유율이 지난해 약 57%에서 올해 50% 안팎, 장기적으로 40%대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본다.

삼성전자·마이크론이 증설로 추격해서다. 관건은 점유율이 아니라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할 생산능력이다.

◇ 재평가를 가를 변수는

수급과 환율결국 관건은 재평가가 서울 원주로 옮겨붙느냐다.단기 수급은 우호적이다. 나스닥 상장으로 반도체·나스닥 지수 추종 ETF(상장지수펀드)의 기계적 편입 수요가 예상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지수 ETF에서만 7억달러 이상 신규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나스닥이 요구하는 이사회 독립성·주주 의결권 등 지배구조 기준이 미국 투자자 우려를 더는 효과도 거론된다.

환율도 변수다. 이번 격차는 원·달러 1500원 환산 기준이다. 환율이 움직이면 원화 환산 격차도 달라진다.

전문가들은 첫날 가격차 유지 여부가 실적·메모리 가격·환율·AI 투자심리에 달렸다고 짚었다.첫날의 35만원은 출발선이다. 결승선이 아니다. 미국이 매긴 값이 서울로 흘러들지, 두 가격이 계속 따로 놀지는 아직 열려 있다. 증권가는 “결국 HBM 경쟁력과 실적이 재평가를 가른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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